idlemoon 2010. 6. 25. 00:59

지나가다 학생들이 농담하는 걸 들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여자 친구랑 진도가 빨라."
"그래?"
"한 달만에 헤어졌어."

애들은 벤치 같은 데 앉아있었고 나는 빨리 걸어가고 있던 중이라 뒷부분은 분명치 않다.
한 달이 아니라 일 주일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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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걸어가는 거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쑥맥('숙맥'의 강조)이란 단어가 어울리던, 공부밖에 모르던 고등학생 시절,
(뭐 그렇다고 대학 때는 쑥맥이 아니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혼자 걸을 때 걸음이 빨랐다.
그날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바삐 가는데 (바삐 가지 않는) 여고생 두 명 옆을 지나게 되었다.
서너 걸음쯤 앞섰을 때, 그 애들이 뒤에서 "누가 쫓아오나 봐" 하면서 킬킬거렸다.
더 빨리 걸었는지 아닌지는 기억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