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얼마 전에, 법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눈에 띈 것은 다수의 (절반 정도) 학생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법을 공부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법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법이 없으면 많은 일이 힘이 센 사람의 뜻대로 되고 약자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대를 졸업하면 정치가가 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주로 염두에 두는 검사, 판사는 법을 '적용'하는 사람이다. 법을 적용할 때는 사회적 강자든 약자든 똑같이 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한 학생은 저소득층을 위한 법률상담가 같은 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런 경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거라면 다른 분야에서도 할 수 있다. 의사가 되어 오지에 가서 봉사를 할 수도 있고, 저소득층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가 될 수도 있고, "민중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생들은 법 분야에 종사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축구 경기에 비교해 보겠다. 경기의 룰은 강팀이든 약팀이든 같이 적용된다. 한 팀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심판이 슬쩍 그 팀에 유리한 판정을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룰을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가령 올림픽 같은 데서 가난한 국가 팀에 약간의 가점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건 관련자/국가들이 합의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심판이 할 일은 주어진 룰을 냉정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법의 역할에 대해 조금 잘못 알고 있다면 그건 아마 대중문화의 영향이 클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권력자와 법정에서 싸워 이기는 건 드라마가 되지만, 반대로 권력자가 법정에서 약자를 이기는 건 드라마가 되겠는가? 그리고 전교조 선생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