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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대통합

idlemoon 2019. 11. 9. 12:27

난 용어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우파 대통합'이나 '자유우파 대통합'이라고 하면 안 되나. 현 집권세력이야말로 수구꼴통(좌파)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보수(conservative)'는 골수 공산주의자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공산주의는 아니지만 좌파가 집권한 지 꽤 지났으므로 현 시점에서 '보수'는 전통적인 좌파 이념을 고집하는 걸 의미할 수도 있다.

어쨌든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보인다. 많은 우파 평론가와 시민들은 "탄핵을 묻고 가자"는 유승민에 분노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 문제는 현재 몇 정치인들이 묻는 데 합의한다고 해서 묻힐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진실을 알아가고 있다. '펜앤마이크'나 '고성국' 같은 영향력 있는 우파 유튜브채널의 구독자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 조국 관련 수사의 결과가 발표되고, 태블릿PC 관련 재판(여러 건이 있다)이 진행되고,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 진실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다음에 우파가 집권하면 지금 통합을 하면서 뭘 합의했든, 그리고 유승민이 가령 국무총리를 한다고 한들, 과거사에 대한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판단은 "역사에 맡기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고 믿는다.

그래서 현재의 '통합' 시도가 최선은 아니지만 눈감아 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진실을 모르고 있고, 한국당의 거의 절반이 탄핵에 찬성했던 현실에서 원칙을 고집하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통합 자체나 유승민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비판은 하되 못 이기는 척하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며칠 전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이 탄핵 논의의 '휴전'을 제의했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다만 '휴전'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쓰기는 좀 그렇다. '묻자'는 게 실질적으로는 휴전을 의미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유승민 자신은 그런 생각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통합이 총선에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통합하지 않으면 적어도 몇 개 지역구에서는 복수의 우파 후보가 나올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불리하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몇 백 표 차이로 한국당 후보가 낙선한 적이 있지 않은가. 후보 단일화하면 그 사람이 탄핵에 찬성했었다고 해도 우파 국민은 그에게 표를 줄 것이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하나는 2016년 탄핵 사태 이전으로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데, 나이(다선)나 대여 투쟁 등을 기준으로 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공화당이다. 우리공화당은 노선이 워낙 분명해서 겉으로라고 해도 '묻자'는 데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종의 이면 합의 같은 걸 할 수도 있겠는데, 정 안 되면 선거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아마추어의 정치평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