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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남 말

idlemoon 2019. 7. 15. 21:00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에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일본에 강경 일변도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얼마 후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글을 올려 유의원을 겨냥한 듯 "북중에 강하듯 일본에도 똑같이 하면 더 좋으련만 사돈 남 말 하듯 하시네요"라고 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넌 왜 A를 싫어하고 B만 좋아하냐?"라고 하니까 그 다른 애가 "그럼 넌 왜 B는 싫어하고 A만 좋아하냐?"라고 반박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는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그 자체가 문제이다. 그러나 유승민의 발언은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한 것이다. 유의원은 그 요구를 하기 전에 그래야 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러나 박지원은 끝부분의 말 한 마디만 꼬투리 잡아 '사돈 남 말'이라 하였다. 박지원은 유승민의 말에 반박하려면 먼저 일본에 강경하게 대하는 게 현안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걸 설명해야 했다. (나는 이 시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중립적으로 말하겠다.) 그 다음에 유승민에게 "당신이 태도를 바꿔라"고 해야 했다.

마치 아이들이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싸우는 것 같다. 제 딴에는 위트 있는 발언을 했다고 생각할 거다.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