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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돈이 아니다

idlemoon 2013. 10. 10. 00:16

하버드 대학의 Gino 박사와 펜실베니아 대학의 Mogilner 박사가 수행한 실험. '적성검사'로
가장한 이 실험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피실험자들은 주어진 단어들을 가지고 3분
동안에 최대한 많은 문장을 만들어낸다. 한 그룹의 피실험자들에게는 dollars, financing,
spend 와 같이 돈과 관계된 단어가 많이 주어졌다. 두 번째 그룹에는 clock, hours, moment
처럼 시간과 관계된 단어가 많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는 그런 것과 관계 없는 '중립적' 
단어들이 주어졌다.

다음 단계에서는 그렇게 돈 혹은 시간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든 피실험자들에게 간단한 산수
테스트가 주어졌다. 한 장의 문제지와 한 장의 답안지가 주어지는데, 문제지에는 총 20개의
행렬(매트릭스)이 있다. 한 행렬은 12개의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두 개가 서로 더하면
10이 되게 되어있다(예를 들어 3.81과 6.19). 행렬이 20개 있으므로 그렇게 더해서 10이 되는
숫자 쌍이 전부 20개 있는 셈이다. 피실험자의 과제는 그런 숫자 쌍을 5분 동안에 최대한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개수를 답안지에 적는다. 그리고 처음에 답안지와 함께 20달러를
수령했는데 거기서 자기가 찾아낸 개수만큼 돈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실험자는 답지와 남은 돈을 제출하기 전에 문제지를 버린다는 것이다.
답지에는 찾아낸 개수만 적으면 되고, 문제지에는 실제로 얼마큼 찾았는지 표시가 나겠지만
버렸기 때문에 속여도 모른다고 피실험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제지가 모두 동일
하지 않고 구분할 수 있는 숫자가 숨어있어 (버려진)문제지와 답지를 매칭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그룹의 사람이 얼마큼 속였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실험자들은, 돈 생각이 머리에
든 사람은 88%가, 중립적인 단어들을 받았던 사람은 67%가, 그리고 시간 생각이 머리에 든
사람은 45%만이 속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능검사'라고 말하고 다른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을 하였을 때도 돈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시간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 흥미로운 것은 
같은 테스트를 '성격검사'라고 말했을 때는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이런 결과로 실험자들은 자기성찰(self-reflection)이 실험 중의 비윤리적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실험자의 절반에 대해 거울을 앞에 두는 추가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거울이 앞에 있을 때는 돈 생각하는 사람의 39%가 속인 반면 거울이 없을
때는 67%가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이것은 앞서의 88%와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아마 이
실험에서는 실제로 돈을 주는 건 없었던 것 같다]
. 한편 시간 생각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거울이 있건 없건 34% 전후로 큰 차이가 없었다.

-- The Economist 10월 5일.

소스 논문: http://francescagino.com/pdfs/gino_mogilner_psychs_2013.pdf

번역 안 한 부분 중에, 돈을 주지 않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마침
돈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에 돈이 보이니 욕심이 더 생겼다는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 돈이
생기지 않는데도 속이는 것은 자신의 (산수) 능력을 과장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즉 돈
생각이 돈과는 직접(당장) 상관이 없는 비윤리적 행동을 초래하는 것이다.

"돈 욕심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돈 생각과 비윤리적 행동의 관계는
상식적으로도 알 만하다. 그런데 시간 생각이 평균(중립적) 이하의 비윤리적 행동을 낳는
건 왜일까. 사람을 철학적이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