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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천안함

idlemoon 2013. 5. 3. 02:00

이번 전주영화제에 <천안함프로젝트>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보지 않았으니 그 영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다만 그걸 계기로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거짓이라는 음모설이 있는 것을 알 것이다. 예전에 이것에
대해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읽었는데, 그는 이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간단하며
확실한 반증을 말해준다고 한다. 그것은 냉전 시대에, 서로 비난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소련이 아폴로의 달 착륙이 가짜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생각나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이 뭐라고 했는지 찾아보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사건 이후 북한의 첫 반응은 "남한 군부 호전광들과 우익 보수정객들이 함선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되자 요즘에는 어떻게든 발생한 불상사를 우리(북한)와 연계 시켜보려고
어리석게 획책하고 있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참 흥미있는 표현이다. 천안함 음모설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것이
좌초와 (미잠수함과의) 충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이 두 경우 모두 남측이 침몰
원인을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배가 암초에 얹혔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충돌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후에 국민에게 숨기려고 할 수는 있지만 당사자가 모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남측이)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되자"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들이 좌초와 충돌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초나 충돌을 염두에 두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우리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라는 식으로 말했을 것이다.

좌초든 충돌이든 극히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어쨌든 배가 침몰했으니 일차적으로 그런
가능성은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은 침몰의 
원인이 그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좌초와 충돌을 제외한다면 현실적으로 남는 건 포탄에 의한 공격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의
그 첫 반응은 "누가 어떻게 공격했는지 규명하지 못하면서 우리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의미
로 해석된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진짜 무고한 사람은 "지들이 잘못해놓고 왜 내게 시비야"라고 하는
반면, 죄가 있는 사람은 "증거가 없잖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