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주 2010

idlemoon 2010. 5. 4. 02:44

키스할 것을
뛰어난 학생(대학원생)영화. 간간히 괜찮은 장면들이 있다.

사와코 결심하다
잘 만든 상업영화. 수입되었으니 (남/녀)친구랑 심심풀이로 보는 것도 좋을 듯.

Harragas
안 봐도 됨.

TO
만화에 바탕을 둔 SF 애니메이션. 크게 새롭지는 않음.

Tetro
'거장'의 후기작들에 실망을 많이 한 것에 비해서는 좋았다. 연출, 흑백이미지, 대사 등.
하지만 극적인 사건들이 너무 많다.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은 좀 그렇다.


Amreeka
대략 뻔한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데뷰작이라는데 훌륭하다.
캐릭터의 흡인력은 몸무게와 관계가 있는 건지..


Police, Adjective
경찰영화지만 액션이 없다. 경찰의 일상과 의미를 다뤘다고 할까.

영화보다 낯선 단편 1
대체로 예전에 본 것들보다 못했다. 특히 무려 42분이나 되는 <아파트먼트 프로젝트>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래밍이었다. 잭 레먼/셜리 맥클레인과 학생연기자들 사이의
괴리감은 말할 것도 없고, 행동이나 대사의 의미를 다 풀어서 말하는 걸 듣고 있어야 하는
괴로움이란.

The Anchorage
가끔 자식 부부가 찾아오는 것 외엔 외딴 섬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의 일상을 관조적으로
(i.e., 지루하게) 묘사.

Nightsongs
무능하고('작가'지만 출판된 건 없다) 사교성 없는 남편과 "도저히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아내의 하룻밤 사이의 얘기. 연극이 원작이다 보니 대사 위주다. 그런데 결말이 좀 깬다.
뭐랄까, 계속 연극적이다가 갑자기 영화적이 되었다고 할까.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2
잉 량의 작품들도 괜찮았지만, 차이 밍량의 <나비부인>이 올 전주에서 적어도 단편들
중에서는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주인공(중년의 여자)이 쿠알라룸푸르의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 표를 사려고 하는 데서 시작한다. 여자는 동전까지
다 꺼내어 세어 보지만 돈이 약간 모자란다. 버스회사 직원은 그냥 표를 주겠다고 한다.  
여자는 갑자기 애인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직원이 표를 주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데도
무시한다. 여자는 그 애인과 전날 밤을 호텔에서 보낸 듯하다. (대사를 좀 놓쳐서 확실
하지 않지만) 돈이 모자라는 게 그 애인이 호텔 방 냉장고에 든 것을 동의 없이 소비하고
가 버린 것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전화를 한 후 여자는 터미널의 상점가를 걷다가 한
가게에서 바나나를 산다. 벤치에 앉아 바나나를 먹고 난 후 여자는 애인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애인은 '데리러'(이 역시 보면서 이해가 안 된 부분이다. 남자는 쿠알라룸푸르에
살고 여자는 다른 도시에 산다면 '데리러' 온다는 표현은 안 맞지 않은가) 올 생각이 없다.
여자는 다시 버스를 타려는 시도를 해 보지만 잘 안 된다. 마지막에 빵을 먹고 있는 여자의
클로즈업을 (이 역시 확실하지 않지만, 여기서 비로소 컷이 된 것 같다. 이 터미널 장면의
중간쯤부터 컷이 있나 없나 유심히 봤기 때문에 그 전에 컷이 없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보여주는데 그 빵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 장면이 바뀌면 여자는 햇빛이 들어오는 침대
에서 깨어난다. 이불 밖으로 어깨가 조금 드러났는데, 옷을 입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옆에
베개가 있고 거기에 머리카락까지 있는 걸로 봐서 애인과 밤을 보낸 그 호텔 방인 듯하다.
앞의 터미널 장면은 여자의 꿈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터미널에서의 여자의 행동이나
말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좀 안 된 것들이 이제 의도적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자는
계속 생각하는 표정이다. 아마 방금 꾼 그 꿈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 테다. 여자는
감상에 젖은 표정으로 옆 베개를 끌어안기도 하고, 휴지인지 뭔지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카메라의 움직임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매우 긴 롱 테이크다. <애정만세>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나비부인>의 한 특징은 여자가 매우 '평범'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Carcasses
다큐와 픽션의 경계 허물기라지만, 내겐 실험을 위한 실험 같아 보였다. 좋게 말하면 난해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무의미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