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emoon 2018. 9. 7. 00:05

작년 대선이 있기 전까지는 난 "종북"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조금 심하다"고 생각했었다. 정치인들이 상대를 비난하면서 하게 되는 격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친 건 아닌데 "미친놈"이라고 할 때처럼 과장이나 은유 정도로 받아들였다. (사족: '미친놈'은 한 단어이다. 띄어 쓰려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한 단어였다. 대한민국에 그런 인간이 많거나 적어도 그런 욕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그게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명색이 '지식인'에 속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실 재작년 탄핵 사태 시작 이전에는 정치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종북 사상의 핵심은 남한보다 북한에 체제의 정당성이 더 있다고 - 적어도 심정적으로 - 믿는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는 물론 사회주의와 반미의식에 대한 동조가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해방 후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 청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 남한 정부가 그 점에서 잘하지 못한 걸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이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좀 있었다 해도 전쟁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문재인은 "남침"이라는 표현을 꺼리는 것 같다. 아마 그에게는 전쟁을 일으킨 북한보다 "남조선 해방"을 방해한 미국이 더 문제일 것이다.

 

이제 일제에서 해방이 된지 70년이 넘었다. 지금 현재 남북한의 정당성을 비교하는 건 우스워 보이지만 자료 하나를 보자. Fund for Peace라는 NGO에서 발표한 것인데, 북한의 '국가 정당성(state legitimacy)'이 남수단과 함께 10.0이라는 극단의 점수로 178개 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3.9이다. (이 자료는 얼마 전에 유튜브의 '조갑제 TV'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전에 햇볕정책에 대해 썼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 행태는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 도대체 북핵에 대한 문제 의식이 너무나 안 느껴진다. 동해 바다 건너의 일본도, 태평양 건너의 미국도 안달인데, 왜 우리 정부는 태평인가. 이건 위에 말한 종북 의식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지금이 21세기 맞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