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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idlemoon 2019. 5. 11. 12:44

개념 정리를 해 보았다.

우선 '탄도(彈道)'는 탄알의 길, 즉 "발사된 탄알이나 미사일이 목표에 이르기까지 그리는 선"이다. 그리고 탄도학(彈道學)은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력, 공기의 저항, 탄환의 회전 등에 의해 탄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영어 ballistics는 ball(공)에서 파생된 단어로 짐작된다.

미사일(missile)은 미리엄-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멀리 있는 물체를 타격하기 위해 던지거나 발사하는 것"이며 돌, 포탄, 총알, 로켓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이보다 좁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위키피디아에서 'missile'을 찾으면 'guided self-propelled system'으로 정의되어 있다. guided는 유도장치가 있다는 뜻이고, self-propelled는 스스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즉 추진체를 내장했다는, 뜻이다. 총알이나 포탄은 유도장치도 없고 자체 추진도 아니다. 로켓은 유도 기능은 없지만 자체 추진이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간단하다. 문제는 탄도미사일의 개념이다. 이것의 기본 의미는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미사일로 목표물을 맞힐 때 탄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세기로 어떤 방향으로 쏘면 목표에 닿을지 계산하여 (이것이 탄도학이다) 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탄도 의존'이 '유도'와 대립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유도'는 발사 이후에 그 발사체를 목표로 이끄는 - 유도하는 - 기능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탄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탄도미사일'이란 단어는 모순처럼 보인다. 위에서 말했듯이 미사일은 유도 기능을 갖는데 왜 '탄도' 미사일인가?

'탄도미사일'이란 용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걸 보면 여기서 '탄도'는 상대적인 것 같다. 즉 탄도미사일은 '상대적으로' 탄도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과 대비되는 것이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인데 이것은 끝까지 목표물로 유도된다. 이에 반해 탄도미사일은 발사 초기에 잠깐 경로 조정을 하고 이후엔 탄도에 의존하므로 상대적으로 '탄도' 미사일인 것이다.

유도 기능이 없는 일반적 포탄, 예를 들어 북한의 장사포 같은 것과 비교할 때는 '탄도미사일'이란 용어는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 포탄이야말로 완전히 탄도탄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에 비하면 탄도미사일은 유도탄이라고 하는 게 맞다. 북한도 발사 다음 날 '전술유도무기'라고 발표했다. 순항미사일에 비하면 탄도탄이지만 일반 포탄에 비하면 유도탄이라는 말이다.

여튼 유도 기능이 있는 발사체가 미사일이고, 북한이 스스로 유도무기라고 했으므로 당연히 미사일이다. 그리고 순항미사일이 아닌 건 분명하므로 탄도미사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