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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수업
idlemoon
2011. 12. 31. 01:35
출석, 과제, 발표, 시험 등 여러 항목들의 비중을 모두 비슷하게 두었었다. 적어도 계획서상으론.
그런데 실제로 학점을 줄 때는 시험에 비중을 많이 준 모양이다. 내가 시험에 비중을 많이 준 게
아니라 시험 결과 자체가 편차가 크기 때문에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가령 시험의 비중이 20%라
하더라도, 다른 항목들에서는 편차가 거의 없고 시험 결과만 편차가 크다면 결국 시험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성적평가 관행은 그것만으로는 설명될 것 같지 않다.
출석은 실제로 거의 편차가 없는 게 맞지만, 작품과제는 꽤 편차가 있다. 그런데 작품을 잘 만든
것과 필기시험을 잘 본 것을 비교하면, 전자는 그냥 그 학생이 재주가 좋은 거고(몇 주의 수업의
결과로 영화를 잘 만들게 되지는 않는다) 후자는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걸 - 내 말을 잘 알아
들었다는 걸 - 의미한다. 그래서 시험답안을 잘 쓴 걸 보면 매우 기특하게 여겨진다. 작품과 시험
어느 한 쪽만 잘해서는 물론 좋은 성적을 주지 않지만, 그래도 후자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없지
않았던 듯하다.
영화의 다른 기술 분야에 비해 편집은 더욱 연륜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내 나름 가르치려고
하긴 하지만 학부생들이 영화편집에 대해 눈뜨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나 자신도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학생들이 10컷(내외) 과제를 해 온 것을 볼 때 편집에
대한 감각보다 연출적 능력을 더 평가하게 된다. 편집의 감각과 영화적 감수성은 꼭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자는 (아직) 편차가 별로 없지만 후자는 크다. "편집" 수업이긴 하지만 가끔
그건 이름뿐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수업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건 학기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제 우연히 다음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가 이런저런 옛 글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국내 검색은 지금까지 거의 네이버만 썼는데
다음이 상당히 다름을 어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