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북핵 문제에 대해 문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속아온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머리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북한 정권이 갑자기 착해졌다고 믿을 것 같진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은 주변의 압력 때문에 겉으로 "비핵화"를 말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북핵이 있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심쩍었다. 아무리 친북 성향이지만 핵무기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며칠 전에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읽고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적 있다) '햇볕정책'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문재인의 머릿속은 그걸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겠다. 난폭한 성격의 한 이웃이 있는데 그 사람이 어느 날 권총을 구해서 (총 소지가 불법은 아닌 나라라고 가정하자) 옆집을 협박한다고 하자. 여기서 그가 총을 포기하게 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의 돈줄을 차단한다든지 협박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협상을 하는 것이다. 떡을 줄 테니 총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셋째는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그가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뺨도 내줘 스스로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이 마지막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햇볕파와 협상파와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드러날 수 있겠다.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하고 우리가 대가로 경제 협력을 하려고 하는데, 김정은이 비서에게 은밀히 "약속 지킬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걸 정부에서 도청했다고 하자. 그러면 협상파는 당연히 협상을 파기할 것이다. 그러나 햇볕파는 별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는 못된 인간이라고 해도 계속 사랑을 베풀면 (유화적으로 나가고 개방을 유도하면) 바뀔 거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말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고 아무리 주장하고 증명해도 철저한 햇볕파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현정부의 지도부를 포함한, 남한의 지지자들에게 햇볕정책은 종교와도 같은 것이다"라고 썼다.
알다시피 햇볕정책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나도 그때를 기억한다. 정말 기대를 했고 효과가 있는 정책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후 20년 동안 그 정책은 실패했다. 물론 앞으로도 실패할 거란 걸 100%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 상식적인가? 믿는 쪽인가, 안 믿는 쪽인가? 게다가 믿음의 대가는 가혹할 수 있다. 핵폭탄은 장난이 아니다.
그 기사가 말하듯이, 남한을 말살하는 건 북한 김씨 세습체제의 "존재 목적"이다. 그 목표는 그 체제의 "정체성에 녹아들어" 있다. 북한이 전쟁을 진심으로 끝내고 남한을 동등한 정부로 받아들이는 건 그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고, 그건 3대를 이어온 김씨 일가 체제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