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표현의 자유
"5.18 망언"에 대해 얼마 전에 한국당의 한 의원이 표현의 자유를 말하자 민주당에서 누군가 그럼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부정하는 것도 허용해야 하냐고 반박한 적이 있다. 5.18을 수년에 걸쳐 수백만 명이 학살 당한 홀로코스트와 비교하는 건 지나치지만, 그와 별도로, 홀로코스트와 표현의 자유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관련 자료를 좀 정리해보았다.
1958년에 프리드리히 닐란트라는 사람이 서독의 저명 인사 2000명에게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내용의 팜플렛을 보냈다. 그는 유대인을 모독하고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재판에서 그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후 이 재판의 재판장이 과거에 반유대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논문을 썼던 게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이후 홀로코스트 부인자를 처벌하는 법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있었다.
1991년에 당시 독일국가민주당 당수였던 귄터 게르트가 미국의 한 홀로코스트 부인자의 연설을 통역하였고 또 자신도 동조 발언을 하였다. 그는 인종 혐오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이듬해에 1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1994년에 있었던 재심에서 집행 유예가 되었다. 그 재판부는 유대인을 비하하지 않고 (가령 그들이 거짓말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지 않고) 단순히 가스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희생자 모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법이 더욱 강화되어 사실을 단순 부정하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 결정이며 법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법이 다른 나라들이 있다. 2007년에 스페인의 헌법재판소는 학살을 단순 부정하는 건 죄가 아니며, 학살을 정당화하거나 학살 책임이 있는 구체제를 부활하려는 시도만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1985년 캐나다에서 에리히 준델이라는 사람이 "정말로 6백만 명이 죽었나?"라는 제목의 팜플렛을 배포하였다. 그는 공익을 해치는 가짜 뉴스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9개월 형을 받았다. 그러나 1992년에 캐나다 대법원은 가짜 뉴스 배포를 금지한 그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준델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문서들을 인터넷에 퍼뜨렸고 다시 기소되었다. 이번에는 캐나다 인권법 위반으로 유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독일로 추방되었고 - 그는 독일인이다 - 거기서 5년 형을 받았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강하게 보장되는 나라다. 미국에도 홀로코스트 부인자가 있지만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1980년에 법정 밖에서 당사자끼리 합의로 마무리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참고:
https://www.mtsu.edu/first-amendment/article/1116/holocaust-denial
https://www.duo.uio.no/bitstream/handle/10852/63360/Thesis1.pdf
https://en.wikipedia.org/wiki/G%C3%BCnter_Deckert
한국당 내에서도 관련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 같아서 쓰게 된 글이다. 5.18 광주 관련하여 '성역'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지만,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그것에 가장 가까운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