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Dance of Death
idlemoon
2012. 6. 8. 21:08
영화 속에 나오는 그림으로서, 지구와 멜랑콜리아가 충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근데
지구가 멜랑콜리아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위 그림 같이 된다고 보기 힘들다. 그림에서도 파란
것이 작고 검은 것이 크기 때문에 "Earth path"와 "Melancholia's path"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그보다 사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계산을 위해선 멜랑콜리아의 질량과 속도를 알아야 할 것이다. 멜랑콜리아는 gas giant 라고
하는데, 태양계에서는 목성과 토성이 gas giant 이고 밀도가 각각 지구의 1/4, 1/8 정도 된다.
멜랑콜리아의 크기를 봤을 때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지만 큰 쪽, 1/4을 택하자. 그럼, 멜랑
콜리아의 크기가 대략 지구의 5배 정도 되니까, 따라서 부피가 125배 정도 되니까, 여기에
밀도를 곱하면 약 31, 즉 멜랑콜리아의 질량이 지구의 31배가 되는 셈이다. 속도는? 영화 중에
"시속 60,000마일(27km/sec)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때 멜랑콜리아의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이것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멜랑콜리아의 "표면"(가스이므로 딱히 표면이란 게 없을 수 있다)에서의 탈출 속도(그것의
중력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속도)를 계산해보면 약 28km/sec이다. 이것은 위에 언급된 27
km/sec와 거의 같다! 이것의 의미는, 지구가 멜랑콜리아에 거의 닿은 위치에 있었다고 해도
그것의 중력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탈출 속도로 멀어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실제로
지구는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다. 가장 가까운, 위 그림에서 4번 위치라고 해도
거리가 상당할 텐데, 앞의 대사는 이 시점에서 한 말이 아닐 것이다. 4번 위치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27km/sec는 탈출하고도 남는 속도인 것이다.
사실 27km/sec이란 속도도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지구의 공전 속도만 해도 30km/sec다.
멜랑콜리아는 태양계 밖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데, 처음 진입 때 속도가 낮았다 해도 태양계
중심부에 왔을 땐 굉장한 속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멜랑콜리아의 질량을 대폭 증가시켜 지구가 그것에 "포획"되게 한다 해도 그것이 꼭 충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십중팔구 지구는 멜랑콜리아의 위성이 될 것이다.
어떤 결말이든 인류에겐 좋지 않다. 멜랑콜리아의 위성이 되면 그것을 따라 갈 것이니까
당연히 인류는 끝날 것이고, 멜랑콜리아의 중력에 포획되지 않는다 해도 영화에서와 같이
가까이 지나가면 거의 확실히 지구는 현 궤도를 이탈할 것이다. (영화에선 묘사되지 않은)
지진, 화산, 해일 등을 견뎠다 해도 새 궤도는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될 공산이 크다.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이 영화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과학적으로 맞았다면 금상첨화
이긴 했겠지만 말이다. 그냥 재미로 살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