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zog in the jungle
헤어조그 감독이 <Fitzcarraldo>를 촬영하며 페루의 정글에서 지낼 때 쓴 일기 중에서 발췌.
Harper's 6월호.
이퀴토스, 12월 8일, 1980년
정글은 사악하다 (The jungle is obscene). 그것의 모든 것은 죄악으로 가득찼다. 그래서
죄악은 죄악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정글에서 목소리는 조용하다. 아무것도 들떠있지 않고,
나른하고 움직임 없는 분노가 모든 것 위에 감돈다. 줄에 널어놓은 빨래는 마르기를 거부한다.
음모의 일부로서, 파리들이 갑자기 탁자 위로 내려온다. 놈들의 배는 탱탱하고 번쩍거린다.
우리들의 새끼 원숭이가 우리 속에서 애처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계속 울며
나를 관통하여 멀리 한 지점을 보았다, 마치 거기에서 자신의 작은 심장의 메아리를 찾으려는
듯이. 내가 그를 꺼내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우리로 되돌아갔고 거기서 지금 계속 울어대고
있다.
까미시아, 2월 7일, 1981년
오후: 캠프는 죽은 듯하다. 비가 퍼붓다가 잠잠해진다. 강의 느릿한 소용돌이가 흘러내려간다,
먼 운명의 부름을 따라서. 내 뒷편의 숲에선 새들이 서로를 저주하고 있다. 여기선 아무것도,
신발이든 옷이든, 제대로 마르지 않는다. 가죽으로 된 건 모두 곰팡이가 생긴다. 전기로 가는
시계는 멈춘다. 숲의 잎들은 반짝이고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린다. 이따금 아주 큰 물고기가
마치 공룡이라도 뛰어든 듯한 거대한 물결을 퍼뜨리며 강의 표면 위로 튀어오른다, 맛있는
식사로 입맛을 쩍쩍 다시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비가 정글 위로 줄기차게 내린다. 언어가 그것을 비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 내 오두막 아래의 강둑을 따라 모래 위에 허연 거품이 이는 개울이 생겨나고, 갈색의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강은 모든 걸 끌어당기고 모든 걸 휩쓸고 내려간다: 나무 줄기, 부러진
가지, 물에 빠진 사람, 흙, 자갈. 자갈들은 서로 치고 부딪히며 굴러내려간다, 마치 대지의 전
토대가 씻겨가는 듯이...
까미시아, 4월 15일
사냥꾼들이 나가더니 기니피그 크기의 설치 동물들을 잡아왔다. 여자들이 그것들을 털 그대로
통채로 나무 꼬챙이에 꿰어 구웠다. 그것들은 쥐처럼 보였지만 맛이 있었다. 어제 촬영 중에
캄파(페루 우림의 원주민)들이 딴 데 주의를 주고 있어서 보니 비탈에 있는 무언가에 활을
쏘고 있었다. 달려가서 봤더니 뱀이 잡혀있었다. 뱀은 몇 개의 화살로 땅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입으로 그 화살들을 잡아채고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그 장면을 촬영했다. 그 독사가 죽은 걸
보고 나서 우리는 하던 일로 돌아왔다.
한 일본인 의사가 자기 자신의 맹장을 수술했다.
까미시아, 6월 2일
우리의 요리 담당들이 마지막 남은 오리 4 마리를 잡았다. 줄리안은 그것들을 처형대에 올려
놓고 목을 치기 전에 살아있는 상태에서 목의 깃털들을 뽑았다. 흰 칠면조 놈이 - 그 건방진
녀석('건방진' 모습들이 앞에 묘사되었었음), 수프로 변한 오리와 구워진 닭들 와중에 아직
살아있는 생존자 - 날개를 펼치고 골골(수칠면조의 울음 소리) 대며 다가왔다. 놈은 살펴
보더니 목이 잘려나간 오리 한 마리 - 땅바닥에 피를 흘리며 누워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 를
그의 못생긴 발로 밀어서 제 생각에 '적절한'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자주색 육수
(肉垂)를 부풀리고, 꾸르륵거리며, 그 죽어가는 오리 위에 올라타서 교접했다.
모형이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진짜로 배를 산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