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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ediate Irreality

idlemoon 2015. 7. 28. 00:40

 

"루마니아의 카프카"라고 불린다는 Max Blecher의 소설 Adventures in Immediate Irreality

(영역: Michael Henry Heim)에서 발췌. Blecher는 1909년에 태어나서 28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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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극장은 물속의 잠수함처럼 길고 어두웠다. 주 출입문은 거울로 되어 있어서 거리 일부를

반사하였고 그래서 들어가기도 전에 공짜 쇼를 보여주었다. 그 스크린은 특이하여, 거리가

녹색의, 꿈같은 빛깔로 비춰졌고 차량과 사람들이 그 물속에서 천천히 몽유하였다.

 

극장 안에는 공중목욕탕 같은 시큼한 냄새가 났다. 바닥은 시멘트였다. 사람들이 의자를

움직일 때마다 그것은 날카롭고 필사적인 비명을 질렀다. 스크린쪽의 싼 좌석에는 프레첼

파는 사람들과 잡다한 하층민들이 앉아서 해바라기 씨를 씹으며 영화내용을 실시간 해설했고

자막이 나올 때마다 수십 명의 목소리가 마치 성인들을 위한 국어시간인 듯이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스크린 바로 밑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늙은 유태인이 캥캥 켜 대는 베이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그 늙은이는 적절한 순간에 음향 효과를 내는 임무도 맡고 있었다.

그는 타이틀 전에 영화사의 수탉 마스코트가 나오면 "꼬끼오" 외쳤다. 한 번은, 예수의 삶을

다룬 영화에서 부활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천둥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서 그 더블베이스의
울림통을 활로 광적으로 쾅쾅 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나는 영화 속의 액션에 강하게 몰입되었다. 정말로 한 명의 등장인물로서 드라마의 일부가

되는 듯했다. 종종 워낙 몰입이 되어 실제로 내가 정원을 거닐거나, 이탈리아의 한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어 프란체스카 베르티니가 비애에 가득 차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팔을 바람 속의

스카프처럼 펄럭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는 것 같았다. 사실 따지자면, 우리의 실제 자아와

마음속에서 만들어내는 여러 자아들 사이에 확실한 차이는 없지 않은가.

 

릴을 교체할 때 극장 안에 불이 켜지면 실내는 마치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았다. 무언가 불안정

하고 인공적인 기운이, 스크린 속의 세계보다 훨씬 더 빈약하고 덧없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영사기의 털털 소리가 영화가 다시 시작함을 알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눈을 뜨고 스크린에 의해 간접적으로 빛을 받는 주위의 사람들을 어둠 속에서 바라보았다.

그들은 한밤중에 창백한 달빛을 받는 박물관의 대리석 조각상들처럼 변모되어 있었다.

 

하루는 극장에 불이 났다. 필름이 찢어지고 즉시 타올랐는데, 그건 수초 동안 화면에 작렬했다.

그건 화재가 발생했다는 영상 경고이면서, 또한 뉴스 매체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최신의 그리고 가장 흥분되는 동네 사건 - 그 자신의 소멸(燒滅) - 을 알림으로서 그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불이야! 불이야!” 외침이 연발 권총의 발사소리처럼 방 전체에서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소란은 극심해졌다. 마치 지금까지 조용히 어둠 속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실은

거대한 울부짖음을 배터리처럼 저장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과충전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폭발한

같았다.

 

몇 분 내에, 그리고 관객의 절반이 대피하기도 전에, 그 “불”은 꺼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풀려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야만 한다는 듯이 계속 울부짖었다. 얼굴을 석고처럼 희게 분칠한 한 젊은

여자는 내 눈을 정면으로 보면서, 그리고 문쪽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근육질의 한 프레첼 장수는 자신의 힘을 발휘할 상황이라는 확신은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의자를 하나씩 집어 스크린으로 던졌다. 순간 굉음이 울려퍼졌다. 의자 하나가

그 늙은이의 더블베이스를 쳤던 것이다. 극장에서 무엇을 구경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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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은 물론 intertitle을 말하는 거겠죠.

"불"에 따옴표가 있는 건 실제론 영사실 안에만 약간의 화재가 있었던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상당히 자전적으로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