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tter Island
아마 여생을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 이런 영화를 굳이
만들어야 하나. 그러고 싶을까?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만들고 싶은 게
있을 것 아닌가?
도입부를 보면 섬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사실, 거기까지는 좋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끔찍한(terrible) 건 슬프게도 바로 영화 자체였다.
아래는 스포일러.
현실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까지 망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는데, 그 망상이 너무 정교한
플롯을 따른다는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실제의 사람들이 그 망상에 동참해줘야 했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자면, 초반에 주인공이 병원 직원들을 모아 놓고 조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모인 건 현실 아닌가. 그들의 대사도 모두 망상을 도와 주는 것이다.
여러 직원들이 하던 일을 놔두고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집단 연기를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주인공의 치료를 위해 그랬나? 그게 치료에 도움이 되나? 의사 코리가 마지못해 (그것도
연기였나?) 조사요구에 응한 거 보면 완전히 짜인 각본도 아니다. 실재하지 않는 레이첼의
연기를 한 환자는 어떤가. 정신병 환자가 그런 연기를 하는 게 가능한가. 직원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전문배우 뺨치는 연기를 하는 직원이 있었단 말인가. 한두 장면의 문제가
아니다.
망상과 거짓말은 다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한참 했는데 그게 다 가짜라고
하자. 그 사람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속았지롱. ㅋ"
하면 뭐가 되는가. 허무 개근가.
Shutter the Holly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