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主敵 2

idlemoon 2017. 4. 22. 11:54

민주당 선대위원장 왈, "국방부 입장에서는 북한은 주적이다. 통일부 입장에서는 대화와 교류의 대상이다. 외교부 입장에서는 비핵화 6자회담의 파트너이다... 대통령은 이들 부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서 ... 그때그때 국익과 현안을 중심으로 채찍과 당근이 배합된 대북 정책을 최종 결정한다."

 

'적'과 '교류의 대상'과 '회담 파트너"는 서로 모순이 아니다. 적이면서 교류할 수 있고, 회담도 할 수 있다. 오늘은 적대 행위를 하지만 내일은 교류를 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둘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한쪽에서 전투하면서 다른 한쪽에서 협상하는 경우는 흔하다.

 

게다가 위 발언은 마치 국방부는 북한을 주적으로만 생각하면 되고 동시에 교류의 대상일 수 있음은 잊어도 된다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통일부는 북한을 교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동시에 적임을 잊어도 되는 듯하다.

 

'적'이라는 단어는 '현재 교전하고 있거나 교전의 가능성이 높은 나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우리 모두 명심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방부뿐 아니라 통일부, 외교부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은 물론이다.

 

'적'을 '적대 행위'와 혼동하고 있지 않나 한다. 적이라고 항상, 무조건, 100%, 적대 행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적을 그렇게 엄격하게 정의하면 세상에 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유승민의 질문에 문재인이 대답을 회피한 것은 "난 북한에 항상 적대 행위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승민의 질문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본다. (북한에 항상 적대 행위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북한이 매우 호전적인 집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지,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상존함을 인지하는지 물은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낮아졌을 때, 우리와 북한의 관계가 우리와 중국의 현재 관계와 비슷하게 되었을 때, 그때 우리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물론 그런 상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북한이 현재 우리의 적임을 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