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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다

idlemoon 2022. 10. 30. 11:32

한동훈 장관이 국감장에서 "전 장관직을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냐"라고 한 것에 대해 일부 의원과 유튜버들이 그가 국감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국어사전에서 '걸다'를 찾아보면 여러 의미가 있는데 관련 있는 건 다음 두 개다.

 

1. 돈 따위를 계약이나 내기의 담보로 삼다.

2. 목숨, 명예 따위를 담보로 삼거나 희생할 각오를 하다.

 

한 장관이 자신의 결백에 "장관직을 걸겠다"는 말만 했으면 2번의 의미가 확실하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상대에게 뭘 걸겠냐고 물었으므로 '내기'의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도박'은 아닌 것 같다. 도박은 사전에 따르면 "돈이나 재물을 걸고..."라고 되어 있다. 한 장관은 돈이나 재물을 건 게 아니다. 자기가 이겨도 재정적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내기의 요소가 있다고 했지만 강하지 않다. 내기는 한쪽이 참여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A, B 두 아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A가 "진 사람이 운동장 열 바퀴 돌자"는 제의를 했을 때 B가 동의하지 않으면 A 혼자서 그 말을 지킬 이유가 없다. 즉 자기가 졌을 때 운동장 열 바퀴를 돌 이유가 없다. 그러나 A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내 말이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한다면 B가 상응하는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A는 그 말을 지킬 수 있다.

 

한 장관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김의겸이 아무것도 걸지 않아도 한동훈은 장관직을 걸겠다는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