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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파

idlemoon 2020. 10. 8. 17:11

코로나19가 공기 전파를 하는지에 대해 미국 CDC가 갈팔질팡했다고 한다. '공기 전파(airborne transmission)'가 대체 뭔가? 좀 따져 보겠다. 공기가 없는, 즉 진공 속에서도 기침으로 튀어 나온 침방울은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진공에 사람 얼굴을 노출할 수는 없지만 그건 잠시 잊자.) 중력이 없으면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고, 중력이 있으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질 것이다. 공기 전파란 그런 움직임 외에 공기 덕분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질병이 공기 전파를 한다고 말할 때는 그 구체적 의미가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공기 전파가 주된 전파 요인일 때다. 예를 들어 '수인성' 전염병은 주로 물에 의해 전파되는 전염병을 말한다. 어쩌다, 가령 1-2%의 감염만 물의 의한 것이라면 수인성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공기 전파 한다"고 말하면 얼핏 공기 전파가 주된 요소(의 하나)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미국 CDC도 제한적이고 흔하지 않다고 했다.

 

둘째, 조금이라도 공기의 영향을 받을 때다. 그러나 이건 너무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다. 포탄도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없어도, 종이 조각 같은 걸 던지면 곧바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작은 침방울이 - 싱대적으로 큰 것까지 포함해서 - 공기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이런 기준이라면 코로나19뿐 아니라 침방울이 요인인 모든 전염병은 공기 전파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래서 공기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 때 공기 전파라고 할지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조금 찾아본 바로는 확실한 기준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비말 크기 5 μm라는 기준을 보기는 했다.) 내 느낌으로 말하자면, 바람 없는 공기 중에 비말이 1분 이상 떠 있는다면 확실히 airborne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튼 미국 CDC가 망설인 이유는, 내가 보기에, 공기 전파 기준의 모호함과 함께 '사례'라고 하는 것들이 엄밀히 검증된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