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방구석 탐정'으로서 손정민 사망 사건에 대해 추리를 해 보았다. 며칠 전에 정민의 양말이 발등까지 흙이 묻어 있고 발목부터는 깨끗하다는 기사를 보고 "아" 하는 느낌이 있었다. 물에 걸어 들어간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다만 사망 원인으로 금방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물살에 넘어졌을 거라는 (상식적인) 생각이 들었다. 술에 취해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친구 A는 그것을 봤고, 도울 수 없었다는 것이 사건의 본말이 아닐까 한다.
A의 신발을 그의 부모가 버렸다고 하는데, 물에 들어간 증거일 것이다. 정민과 같이 들어갔든, 자신은 밖에 있다가 정민이 넘어지는 걸 보고 급하게 들어갔든, 들어갔을 것이다. 정민은 신발을 벗었고 (신발을 신었다면 양말이 그렇게 더러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A는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갔으니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A가 정민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던 건 정민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맡겼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A가 자신의 휴대폰을 잃어버린 과정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정민이 휴대폰을 맡긴 게 사실이라면 A는 휴대폰 두 개를 어떻게 가지고 있었을까. 둘 다 들거나 둘 다 호주머니에 넣거나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친구(즉 정민)의 것은 호주머니에 넣고 자기 것은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친구가 물에 휩쓸리는 걸 본 순간 놀라서 그걸 떨어트렸을 것이다. 정신이 맑은 때에도 그럴 수 있는데 술 취한 상태면 말할 것도 없다. 물에 떨어트렸으면 나중에 경찰의 수색에서 발견되었겠지만, 물 바깥이라면 (그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나가는 사람이나 청소하는 사람이 발견해서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다.
정민은 물에 왜 들어갔나? 정민이 물가에 벗어놓은 신발의 행방은? 등의 의문점이 남지만 여튼 물에 들어갔다가 물살에 넘어졌다고 하는 게 가장 간단하면서도 대부분의 의문을 해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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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속보에 의하면 A의 휴대폰을 발견했는데 환경미화원이 습득했단다. 정민이 벗어놓은 (내 가설이 맞다면) 신발도 그 환경미화원이 치웠을 가능성이 있다.
A는 왜 신고나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았나? 왜 떨어트린 자기 휴대폰을 챙기지 않았나? 충격과 당황으로 그런 생각을 못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술의 영향으로 (블랙아웃) 기억을 곧 상실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