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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 101

idlemoon 2018. 8. 11. 16:51

"과거에 실패했다고 비관하면 역사발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한 말이고, 얼마 전에 송영무 장관도 같은 말을 하는 걸 들었다. 그런데 정확히 과거에 무엇이 실패했다는 건가? 햇볕정책? 아래 명제를 보자. (여기서 O는 '역사발전' 혹은 좀 더 구체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1. 과거에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비관하면 영원히 O를 이룰 수 없다.

 

그런데 이 명제가 참이 되려면 햇볕정책이 O의 유일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대북 압박도 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되어야 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과거에 O를 위한 노력이 실패했다고 비관하면 영원히 O를 이룰 수 없다.

 

'햇볕정책'이 'O를 위한 노력'과 동일하지 않은 게 문제다. 햇볕정책은 O를 위한 노력의 하나일 수 있지만 그 전부는 아니다.

 

문재인은 과거에 실패한 게 뭔지 언급하지 않음으로서 1과 2를 얼버무려 양쪽의 좋은 점만 가져오려고 한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실 명제 2도 엄밀히 따지면 허점이 있다. 어떤 사람이 O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O가 이루어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갑부가 되려고 복권을 여러 번 구입했지만 실패하자 "그냥 내 분수대로 살자" 했는데 그 성실한 태도 때문에 결국 갑부가 될 수 있다. 즉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는 'O 달성'이 없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의 행동이 O 달성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제로 돌아와 말하자면, 햇볕도 아니고 압박도 아니고 그냥 우리 자신의 내실화(민주화, 경제발전)에 충실했는데 결국 북한이 저절로 무너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자는 게 아니라 논리적 가능성을 생각해 본 것이다.

 

최근의 북한산 석탄 밀수 사건 때문에 햇볕정책을 또 따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