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원칙 사이의 접점에 있지 않나 한다. 하나는 의무교육은 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생계지원은 저소득층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당연한 것이다. 초중교 무상급식 문제는 이 두 원칙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듯하다. 무상교육의 원칙에서 보자면 100% 무상급식을 해야 하겠고, 생계지원의 측면
에서 보자면 저소득측에게만 무상급식을 해야 할 듯하다.
나로선 초중교 급식 문제는 원칙적으로 무상교육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고 본다. 먹는
것은 교육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사람도 있겠지만, 먹어야 공부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빈부 차이를 의식할 여지를 줄이는 면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근래 무상급식이 이슈가 된 과정에 대해선 불만을 가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일까. 정책의 우선 순위의 문제라는 것이다. 급한 문제만 쫓아다니다 보면 무상급식 같은
다소 이상적인 정책은 요원하게 된다는 주장도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원칙에 대한 논쟁보다
전면 무상급식이 얼마나 시급한 것이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무상급식은 이루어지고 있고, 다른 학생들은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이건 교육현장에서 급식과 관련해 실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전면 무상급식을 - 왜 지금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 없이 -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 신문을 보니, 초중교 무상급식의 소요 예산이 1조 9000억원인데 이것은 내년 4대강 사업
예산의 1/5밖에 안되는 작은 돈이라고 한다. 글쎄, 이런 수사는 그 신문의 논조(4대강 사업
반대 등)에 이미 동조하는 사람들에게나 먹히는 거지, 여당을 설득하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리고 그런 걸 떠나, 10조가 낭비됐다고 2조를 작은 돈이라고 할 수 있나. 더구나 4강
사업은 한시적인 것이고 급식비는 매년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