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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진화

idlemoon 2020. 3. 15. 18:42

오늘 읽은 어떤 에 학교 문을 닫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데, 바이러스가 그런 사람들 사이에 퍼질수록 빨리 덜 위험한 변종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았다. A. B, C 세 변종이 있다고 하자. 이 중 C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약자'라고 하겠음)을 앓게 한다고 하자. 이 말은 약자의 몸속에서 C가 번창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약자가 기침을 하면 압도적으로 C가 많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런데 면역력이 강한 사람의 몸속에서는 C가 다른 변종 A, B보다 특별히 많지 않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계속 다른 변종이 생겨나면 C의 비중은 더 줄어들 수 있다. C 변종은 결국 사라질 - 도태될 - 수도 있다. (물론 새로 생긴 것 중에서 해로운 것이 있을 수 있지만 무작위 돌연변이로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것이다. 약자의 몸속은 C에게 유리한 환경이지만, 강자의 몸속은 그렇지 않다. 다른 온갖 변종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위험하지 않은) 변종이 숫적으로 우세하게 된다.

단, 강자들 사이에 바이러스가 퍼지면 (적어도 당분간은) C를 약자에게 옮길 수 있으므로 약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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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날이 갈수록 코로나19가 평범한(conventional) 바이러스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는군요. 독감을 조심하는 수준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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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나온 김에 마스크 얘기를 좀 하겠다. 위 글의 저자는 끝에 개인의 행동수칙을 말하는데, 손을 자주 씻을 것과 얼굴을 만지지 말 것 등은 강조하지만 마스크는 언급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도 (환자를 돌보거나 하지 않는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얼마 전엔 전라도에서 어떤 사람이 "전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외치기도 했다.

신종 바이러스라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전문가들 중에서도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WHO에서 그런 발표를 했다는 건 감염자의 입에서 튀어 나온 입자들이 공기 중에 (곧 떨어지지 않고) 떠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손 씻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 입자들이 어떤 물건 표면에 떨어져 있는 걸 우리가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있냐는 반박을 할 수 있겠다. 글쎄, 그것에 대해선 두 가지 정도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조심하면서 사냐는 것이다. 길 가다 땅이 꺼져 죽을 확률이 있지만 그걸 조심하는 사람 있나. 또 하나는, 마스크를 써서 답답한 공기를 마시는 게 뭐가 좋냐는 것이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절반 이상이 내가 내쉰 것일 것이다. 자원 낭비의 면도 있다.

나도 사람 많은 데서는 마스크를 쓰지만, 사실 감염이 무서운 것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두렵다. 뭐 감염이 안 무서운 건 아니다. 근거리에서 - 가령 엘리베이터 안 -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은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