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김정숙이 중동순방 때 피라미드를 비공개 방문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집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비공개 공식 일정이라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성사'라는 단어는 보통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 때 쓰는 말이다. 가령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고 하면 한쪽 혹은 양쪽이 어떤 양보를 하여 성사되었다는 의미가 (대개)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위 청와대 발표문에는 그런 게 안 느껴진다. 이집트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물론 다른 일정이 너무 많았거나 문재인이 싫어했거나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예를 들어 "일정을 조정함으로써 성사가 되었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실제로 성사가 된 건 '이집트의 요청'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이집트가 요청을 해서 방문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싶었는데 이집트가 그것에 동의해 주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집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게 아니라 이집트 측의 요청이 성사된 것이다.
청와대는 또 이집트가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요청을 했다는데 그런 목적이라면 방문이 비공개인 것은 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