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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격차

idlemoon 2020. 11. 13. 17:49

요즘 토마스 소웰의 Basic Economics라는 책을 읽고 있다. (번역서가 있는 것 같은데 절판되었는지 교보에는 안 나온다.) 대충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잘 배우고 있다. 다만 시장경제 지상주의라는 비판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는 아마 다 읽고 나서 한마디 하게 되겠지만, 오늘은 소득분포 부문에 대해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소득분포는 흔히 '계층(class)'과 연관된다. '저소득층'이란 일상적 표현에서 그런 게 드러난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하나의 '계층'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웰의 책은 이런 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선, 소득 차이의 상당 부분은 개인(혹은 가장)의 나이 차이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30대가 가장인 가구와 50대가 가장인 가구의 소득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한 조사에 의하면, 그리스에서 빈곤선 이하 인구의 절반이, 네델란드에서는 2/3가 2년 이내에 그 빈곤선을 넘어섰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었다. 수천 명의 사람을 5년간 추적했는데, 처음에 소득 하위 10%에 속했던 사람들 중 거의 2/3가 5년 후에 그 구간을 벗어났다.

 

나이에 대해서도 흔히 '층'을 말한다. 청년층, 노년층 등. 그러나 우리가 보통 말하는 '저소득층'은 나이가 들면 (경륜을 쌓으면) 대개 빠져나오는 그런 게 아니다. 어느 정도 고착적인 것으로 보통 인식된다.

 

다음으로 고려할 것은 노동 시간이다. 통계에 의하면 고소득층이 일을 더 많이 한다. 그런데 일을 더 많이 하면 소득이 많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 2010년에 (미국)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 2060만 명의 가장이 일을 하고 있었던 반면, 하위 20% 가구에서는 750만 명의 가장이 일을 하고 있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만 따지면 소득 상위 5%로 좁혀도 그 구간에 하위 20%보다 더 많았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에 발표된 한 조사에 의하면 상위 6% 소득자의 62%가 주당 50시간 이상 일을 했고, 35%는 60시간 이상 일을 했다. 1890년대에는 소득 상위 10%가 하위 10%보다 일을 적게 했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저소득층이 일을 적게 하는 건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고소득의 일정 부분은 열심히 일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구의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소득 분포는 가구 단위로 보는데, 가구의 크기는 '계층'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미국 인구센서스를 분석한 한 결과에 의하면 2002년에 하위 20%의 가구에 총 4000만 명이 있었던 반면 상위 20%에는 6900만 명이 있었다. 이것은 소득을 가구 단위로 보지 않고 개인 단위로 보면 계층간 차이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고소득층이 소득이 많지만 가족도 많기 때문이다. 가구의 크기는 시대에 따라서도 변한다. 근래에 선진국들에서 소득 분배가 악화되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 이유는 가구의 크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경제가 육체적 노동 중심에서 기술/지식 중심으로 변하면 소득 분포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힘 좋은 사람이 약한 사람보다 시간당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주당 노동 시간도 더 많을 수 있지만 그래봤자 차이가 얼마나 나겠는가. 반면 지식 사회에서는 능력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차이가 크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 중심 경제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작을 수밖에 없지만 지식 경제에서는 역할이 대등할 수 있다. 여성들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기 전에 경제적 지위가 먼저 향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