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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개 논란

idlemoon 2021. 11. 3. 01:58

윤석렬 후보가 "식용 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개는 똑같다"고 주장한다.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대해야 하듯이 개도 (보호할 거면) 모두 차별 없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우리는 왜 인종 차별을 하면 안 되는가? 피부색과 상관없이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고통 받기 때문이라고 아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논리를 개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들이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종류와 상관없이 같이 느끼고 고통 받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식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소, 돼지를 생각해 보자. 그 동물들은 개보다 특별히 덜 느끼고, 덜 고통을 받기 때문에 차별하나? 왜 돼지 먹는 건 괜찮고 개 먹는 건 안 되나?

 

차이는 사람한테 있다. 우리는 '동물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은 동물 입장에서 그들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인간 입장에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돼지가 고통 받는 것엔 별로 감정이입을 안 하지만 개가 고통 받는 것에는 강하게 감정이입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돼지는 별로 사랑하지 않지만 개는 (많은 사람이)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게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다치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 건 죽든 말든 별 개의치 않지만 말이다.

 

개 식용에 찬성하는 건 전혀 아니다. 도덕이란 게 어느 정도 인간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한다. 그리고 윤석렬의 발언이 센스가 부족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정말 갈수록 싫어진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