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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idlemoon 2011. 3. 15. 01:35

어제 오전에 전철에서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아일보였는데
1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과 함께 "원전 폭발, 사망 실종 4만명"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3호기가 위험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4만명이라는 피해는 엄청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연구실에 들어오자마자 인터넷에서 확인해 본 결과 "직원 6명 부상"이었다. 6명이
어떻게 4만명이 되나. 하긴, 이전까지 이번 대지진의 인명 피해 규모가 39,994명이었는데
3호기 폭발로 6명이 추가되어 누계 4만명이 된 거라고 해석해줄 수도 있겠다. (엄밀히 말
하면 부상은 '사망 실종'에 포함되지 않지만 말이다.)

스포츠신문 같은 것이었으면 그런가부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양대 신문인
(양대 신문이었던) 동아일보 아닌가. '꼴통보수'로 공격을 많이 받고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보수'와 '저질 상업성'은 별개의 것이다. 동아일보가 이 지경이 되었나. 마음의 한
구석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지만 옛날에 동아나 조선 등을 매일 읽던 시절에 대한 추억 같은
게 있다. 그 당시엔 욕도 훨씬 덜 먹었다. 내가 오늘 본 것은, 말하자면, 옛날에 신사였던
사람이 길거리에서 동냥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과도 같은 거였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내가 신문을 거의 안 보고 살아서 몰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 세대가 갔다는 느낌이 새삼 든다. 난 소위 '진보' 언론이라는 것들에 대해서도 별로 큰
호감이 없다. 온라인, 오프라인, 글들이 넘쳐나지만 하향평준화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