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들 몇 개:
* 니체가 <The Gay Science>(1882)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
* 1966년 4월 8일자 타임지가 커버에서 신은 죽었음을 확인.
* 사르트르가 자신이 지옥에 가면 까뮈와 한 방을 쓰게 될 것임을 깨달은 순간.
* 사르트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BBC-TV 드라마에서 한 남자가 젊은 여자를 임신시키고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의 그것을 칼로 자르려다가 생각을 바꾼 순간. 그는 칼을 내려 놓으며
말한다, "난 할 수 없어, 난 자유롭도록 저주받았어(I am condemned to be free)."
* 안토니오니의 영화 <Blow-Up>에서 무명 사진가 役의 주인공 데이빗 헤밍스가 판토마임
단원들이 찾고 있는 - 찾는 연기를 하고 있는 - 테니스 공을 찾아준 순간.
*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에서 그 스파이(리차드 버튼)가 베를린 장벽 서쪽으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 사서(클레어 블룸)를 버리지 않고 함께 동쪽에서 죽기로 마음 먹은
순간.
* 허만 멜빌의 바틀비 - "실존주의"가 생기기 전의 실존주의자 - 가 보스가 시킨 일에 대해
"하지 않는 걸 더 원합니다(I prefer not to)"라는 말을 처음 한 순간.
* 존 업다이크의 <Rabbit, Run>(1960)에서 가정적 남자였던 주인공이 차 몰고 집을 나와선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 그 저녁. 그의 성은 Angstrom으로서 불안 혹은 두려움을 뜻하는
독일어 angst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단어는 실존주의가 지배했던 전후(戰後) 먹물들의
술자리에서 "소외(alienation)"에 버금가는 유행어였다.
실존주의는 "Aquarius의 시대"의 태동과 함께 죽었다. 구원 투수가 현란한 콧수염을 뽐내고,
페미니스트들이 사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앤디 워홀이 리즈 테일러와
마릴린 먼로의 실크스크린 프린트를 만들고.. (중략).. 레넌과 맥카트니의 "Yesterday" 대신
제롬 컨의 "All the Things You Are"가 최고의 사랑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것에 더해
베트남과 해체(deconstruction)가 실존주의의 종말을 가져왔다.
David Lehman, "Exit No Exit: Whatever happened to existentialism?", American Scholar
2008년 봄, 중에서.
http://kr.youtube.com/watch?v=EWH0yWErkq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