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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idlemoon 2024. 1. 13. 18:06

배우 이선균 사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마녀사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맞지 않은 말인 것 같다. 현대에는 실제로 마녀를 믿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마녀사냥이라는 건 없고, 그 용어가 은유적으로만 쓰인다. 그래서 그 개념의 적용이 조금 느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구잡이로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정확히 정의하긴 어렵지만 내가 보기에 공통 요소는 어떤 사람(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반정부 인사를 공산주의자로 몰았던 것이 한 예가 되겠다. 2016년의 박근혜 탄핵 열풍도 물론 한 예다.

 

한국 사회에 마약 문제가 심각하고 이선균이 그 문제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었다면, 그래서 그를 집단적으로 비난했다면 아마 마녀사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령 청소년들 사이에 마약이 확산하고 있고 그걸 걱정하는 많은 부모들이 이선균 같은 유명인들의 영향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마녀사냥이라고 될 수도 있겠다는 거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사회에 마약이 확산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수의 시민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이선균이 마약을 했다는 것(혐의)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흥미를 가졌지만 특별히 비난한 것 같지는 않다.

 

이선균이 마약을 한 건 사실인가? 그는 "마약인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솔직하지 않아 보인다. 코로 흡입했다는데 (범죄 영화도 많이 봤을 텐데) 몰랐을 리 없고, 방송으로 공개된 녹취에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므로 실제로 마약이 아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시 그가 마약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생각'한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겠지만.

 

그는 왜 자살을 했나. 내 생각에 마약보다는 불륜이 더 문제였을 것이다. 집안이 풍지박산 났다는데, 마약만이었다면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전학을 가야했을지 모르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크게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고, 좀 이름 있는 매체들도 점점 수준이 낮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사건 전까지 그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다. 마약 혐의로 조사 받기 시작한 이후의 고난을 그냥 유명세를 치르는 것으로, 하나의 업보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이었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찰 조사 받는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를 기대할 수 있나?

 

내가 이 글은 쓰게 된 건 어제 영화인들이 이선균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성명을 냈기 때문이다. 장례식도 2주가 지났는데 무슨? 선거철이라 또 정치쇼인가? 영화도 미디어의 하나다. 그들은 선정성의 비난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