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법원 판결의 한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이재명의 거짓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말을 한다는 것은 보통 남이 시키지 않는데 스스로 나서서 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건 소극적인 발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대가 시켜서 말하게 된 것이니까.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했냐 아니냐이다. 상대 후보는 이재명에게 거짓말을 시키지 않았다. 상대 후보는 진실을 요구했는데 이재명이 거짓말을 했으므로 그건 적극적인 거짓말이다 - 상대가 거짓말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재명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사실대로 말하는 걸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거짓말을 했다.
상대가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먼저 형 이야기를 꺼내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 비해서는 덜 적극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허위사실 공표죄에 '적극적'이란 단서 조항이 어떤 의미로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재명의 거짓말이 적극적이 아니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반복하지만, 그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사실대로 말할 수 있었다. 아무도 거짓말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먼저 형 이야기를 꺼냈다고 해도 그건, 사실, 이전의 (시중에 떠도는)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서, 그가 토론회가 아니라 기자 회견이나 신문 광고를 통해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 이건 분명 적극적 공표에 해당할 것이다 - 역시 이전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일 수 있다. 내 말은 그러니까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기자 회견이나 신문 광고에 비해 토론회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재명의 거짓말이 생각할 시간 부족 때문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의 허점은 "공격적인 질문" 같은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그럼 질문이 공격적이지 않고 부드러웠다면 같은 거짓말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었을 거라는 뜻인가? 사납게 추궁 당할수록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질문이 공격적이면 물론 자존심 때문에 양보할 것도 안 할 수 있다. 그러나 애들도 아니고 그런 심리가 허위사실 공표의 판단에 무슨 관계가 있나? 화가 나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그건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게 되나?
열띤 공개토론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거짓말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 식의 (뻔한) 거짓말은 봐줄 수도 있지만, 이재명의 경우는 다르다. 이건 발언에 대한 것이 아니다.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런 '말' 안 했다가 아니라 그런 '일' 없다고 했다.) 토론 활성화도 좋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가들을 조금이라도 통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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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일) 이재명이 "정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단다. 무죄 판정이 났을 때 김부선은 "F**k you"라고 했다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