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을 잘 해 오던 진중권 씨가 이 사안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하길래 들여다 보았다. 청와대(일자리 수석)의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 듯하다(기사).
1.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일자리와는 상관이 없다.
2. 정규직이 되어도 연봉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3. 모두 신규로 채용하면 일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실직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보안검색 정규직은 이번에 새로 생기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걸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1번은 동문서답이다. 2번도 본질을 벗어났다. 연봉에 관한 가짜뉴스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공사의 정책에 대한 비난은 왜 공채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연봉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3은 실제로 조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오랫동안, 가령 10년 이상 그 보안검색 일을 해오던 사람이 정규직 전환 때문에 시험을 봐야 한다면 난처할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남을 옵션을 줄 수 있을까?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 같이 일하던 동료가 (시험 합격하여) 정규직이 되어 있으면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그 경력자의 실직 위험에도 불구하고 원칙에 따라 공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공사는 기존 근무자의 임시직 계약이 끝난 이후에는 그들을 계속 고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그냥 '인간적인' 이유만 있을 뿐이다. 둘째, 이 (3번) 문제는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즉 모두 그냥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으면 된다. 공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일괄적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있는가? 황 일자리 수석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한 일자리는 안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지만 그건 궁색하다. 보안 업무는 나이 들면 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정규직 전환이 급하지 않은 분야라는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설사 비정규직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해도 점차적으로, 공정성 시비가 덜 발생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한 번에 1000명이 넘는 - 직종이 다르다곤 하지만 기존 정규직 인원보다 많은 - 인원을 전환하는 건 누가 봐도 무리하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기존 정규직도 줄여야 할 판 아닌가.
알다시피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규직의 노동유연성이 너무 낮은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오늘 안철수 대표가 한 말이 딱 맞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원화 해결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단기적인 정치 홍보와 인기 영합용 지시를 했고, 대통령의 말에 충성 경쟁하는 관료들과 기관장에 의해 노동시장의 질서가 흔들리고 혼란에 빠진 것"이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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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문제는 정확히 뭔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흔히 연결되고 있다. 즉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는데 임금이 적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김두관이 "조금 더 배웠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한다는 전제부터 의문이다. 이번 인천공항 건을 봐도 기존 정규직은 사무직이라 업무가 다르다. 그리고 비정규직 당사자가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고용주나 정규직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객관적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논의를 위해 동일노동인데 비정규직의 임금이 적은 걸 상정하겠다.
그런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럼, 임금+혜택을 정규직 수준으로 주면 문제가 해결되나?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정규직화'이다. 즉 고용 안정이다. 그리고 그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과는 상관이 없다. 그 원칙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같은 일에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지 그 일을 계속 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용 안정을 '혜택'의 하나로 간주할 여지는 있다. 즉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높은 임금과 4대 보험 같은 혜택 외에 '안정감'이라는 혜택을 더 가지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할 때는 사실 '동일임금 동일(넓은 의미의)혜택'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심리는 이해하지만 그걸 하나의 원칙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추가 인원을 단기계약으로 채용할 수 있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에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저임금에 대한 동정과 불안정한 고용에 대한 동정은 구분해야 한다. 비정규직 중에는 연수입이 수십 억인 사람들도 있다는 걸 상기하자. 모든 사람이 정규직이면 그게 천국일 것 같은가? 공산주의 국가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