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에서 주관한 조국 규탄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수가 4000명을 넘었다고 한다(기사). 한 가지 사안에 이렇게 많은 교수가 서명한 예는 내가 알기로 여태 없었지만, 전체 교수 숫자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전국에 교수가 몇 명인지 모르겠고 또 퇴임 교수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전혀 감이 안 잡히지만, 내가 재직한 학교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참여자가 전부 현직이라고 가정해도 20%가 안 될 것 같다.
나머지는 조국 지지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며칠 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38%였는데 대학교수 중에는 지지도가 그보다는 낮을 거라고 본다.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대학교수들은 대체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대개) 공부를 많이 했고 듣고 보는 게 있어서 정권의 문제에 완전히 둔감하기 어렵다. 이전에 진보적이었던 사람들은 지금은 대체로 중도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은 현정권에 다소 비판적이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서명할 마음은 없을 수 있다. 사적인 고려도 있을 수 있다. 한 교수는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말하면 누구나 아는) 여권 인사에 "신세"를 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용된 지 1-2년밖에 안 된 한 젊은 (다른 학교) 교수는 "막내"라서 조심스럽다고 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교수라 해도 서명은 꺼릴 수 있다. 나만 해도 정년이 몇 년 안 남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지만, 10여 년 전이었다면 다를 수 있다. 교수들은 정부의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블랙리스트 만드는 일은 꺼려지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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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옛 제자(50세)를 만나 얘기하던 중 조국 문제가 나와서 욕을 했더니 놀라면서 "선생님 많이 변했네요"라고 했다. (그 사람은 한겨레신문을 본다고 했다.) "최근에 일베 여자랑 사귄 것 아니에요?"라고도 했다.ㅋㅋ 옛날에는 내가 "극좌"였다는 것이다. 내가 한때 운동권 근처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터무니없다. 내가 속했던 단체 내에서 난 오히려 오른편에 있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는 분명 왼편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