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디스커버리 코리아 채널에서 진화론 vs 창조론에 관한 다큐를 보았는데, 진화론을 믿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것이 나왔다. 미국에선 삼십 몇 퍼센트라고 하는데, 그런 건 대충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처음 조사한 거라며 소개하는 수치가 62%였다. 38%는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특정 종교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깨닫게 하는 거였다.
하지만 한편 그럴 만한 이유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조론을 조금이라도 믿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게 과학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소위 "최초의
원인(first cause)"의 문제가 있다. 우주의 역사가 빅뱅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럼 그 빅뱅
자체는 어떻게 생겨났나? 과학이 좀 더 발달해서 그 이전 과정도 설명할 수 있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최초의 원인 자체는 설명할 수 없다.
약간 다른 문제로서 소위 "mind - body problem"도 있다. 생명(혹은 인간)이 생겨나기 전엔
정신/의식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 그게 어떻게 생겨났나. 물질과 정신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한 "자유 의지"의 문제도 있다. 과학은 인과관계의 필연을 얘기하는데 거기에 자유 의지는
설 자리가 없다. 이건 물론 도덕의 문제와 직결된다.
과학이 침묵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종교는 답을 제공한다. 정답이든 아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