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를 '진보'와 동일시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대체로 호의적으로 봐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 천안함 사건으로 그들의 글들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 어제의 참여연대의
유엔안보리 서한 사건도 한 예다.
야당(민주당)도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골격에 동의했고, 유가족 모임도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외국의 권위 있다는 언론들을 봐도 의심을 보이는 건 없었다. 일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사항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태의 핵심은 확실해 보인다.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선, 무엇보다 사건 발생 1시간쯤 후에 있었던 속초함의 함포사격
사건이 음모설을 불식시키는 것 같다. 군이 그 시점에 자신 혹은 미군의 실수를 북한에 떠
넘기려고 하고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였을까. 혼란 속에 있었을 그 1시간 동안에 그러한 -
북한에 떠넘기자는 - 결정을 한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설사 그런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북한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것)에 함포사격을 할까. 북한이 아무 도발도 안 했는데?
그건 완전 전쟁행위 아닌가? 한두 발 쏜 것도 아니고 수십 발을 쏘았다고 한다. 그때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었음"
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 그랬나? 그것도 억지 가설이다. 북한에 떠넘기려는 군지도부의 입장
에서 생각해 보라. 북한의 소행이라는 (가짜)증거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었다는 증거를 만들려고 노력하겠는가?)
참여연대는 정말 조사결과의 핵심에 대해 의심하는가, 아니면 일부 디테일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전자라면 서한을 보낸 행동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들의 판단력에 대해 심히
실망하게 된다. 후자라면 유엔에 가져갈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