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써야 하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 왜 우리나라 의료진은 쓰라고 하나(했나)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한 가지 이유는 중국이 그랬기 때문일 수 있다. (중국이 왜 그랬는지는 시주석에게 물어보시라.^^)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확산 속도가 빨라서 공기를 통한 전염을 상상했기 때문일 것 같다.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있을 테다. 사람들이 원하는데 감히 필요없다고 말할 수 있는 당국자는 거의 없을 거다.
공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증거는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실험을 통한 엄밀한 증거는 물론 없지만 정황 증거는 있다. 감염자의 입에서 나온 공기(속의 떠 있는 입자)에 의해 감염이 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전염속도가 빠를 것 같다. 신천지 사태 이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다. 식사할 때는 당연히 그런다.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그렇게 대화를 하면 상대방이 내쉰 공기를 조금은 마시게 되지 않겠나 - 대화하며 상대의 입냄새를 맡은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대화가 아니라도, 감염자가 조금 전에 머물렀던 장소라면 마스크를 벗자 말자 (바이러스 입자들이 떠 있을 테니) 감염이 될 것이다.
대화할 때 정면으로 마주 앉지 말라는 권고는 의미가 없지 않다. 기침이나 튀는 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자가 떠돌아다닌다면 그런 권고는 별 의미가 없다. 주변 사람은 아마 대부분 감염될 것이다. (사람의 '뒤'에서 나오는 냄새를 생각해보라.)
얼마 전에 중국에서 감염자와 같은 버스를 탄 - 동행은 아닌 - 사람 한두 명이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난방기에 의한 기류 운운했었다. 그러나 공기 흐름에 의해 감염이 되었다면 다른 사람들도 (적어도 마스크 안 쓴 사람은) 대부분 감염되어야 상식적이다. 그보다 간접 접촉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만지는 물체들이 있다. 손잡이가 한 예다. 기침이 직접 튀지 않았다 해도 감염자의 손에는 바이러스가 많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 손이 만진 손잡이를 다른 사람이 만져 전염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퍼진다면 지금쯤 거의 모든 사람이 감염되었을 것이다. 정확히 하자면 공기 중 바이러스의 농도가 얼마일 때 감염되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버스 앞쪽에 앉은 사람의 입김 때문에 몇 미터 뒤에 앉은 사람이 감염될 정도면 그러고도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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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서 전염되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당시 당국의 입장이 정확히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는 말들이 있는 걸로 봐서 공기 중 전파가 암시되었다. 그 자체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둘 사이 거리 대략 1m에 같이 있었던 시간은 기껏 1분일 텐데 공기를 그 정도 공유했다고 전염된다면 지금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겠나. 공기를 통한 전염은 복불복이 아니다. 확진자가 만졌던 물체를 만지는 건 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공기 중 미립자는 일반적으로 균일하게 퍼진다. 같이 1m 거리에 있었는데 한 명은 감염되고 다른 사람은 안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공기 중 전파가 아니라 해도 이번 코로나의 위험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20세기 최대의 팬데믹이라고 하는 1918~19년의 '스페인 독감' 때 미국에서만 15개월 동안 거의 7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인구의 약 0.7%였다. 엄청난 피해다. 우리도 인구 대부분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그 정도 사망률이 되겠다. 그러나 당시 99% 이상이 살아남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한 저자의 말처럼 "세계는 변하지 않았고 미국도 변하지 않았다." 1920년에는 미국 인구가 스페인 독감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