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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idlemoon 2016. 7. 21. 02:40

연극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특히 이건 내키지 않았지만 정선생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 학과 조교들도 있었다.

 

1941년에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가 보어(N. Bohr)를 찾아간 실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극이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의 제자 겸 후배였는데 당시 독일에서 핵무기

개발에 관여하고 있었고, 보어는 독일 점령하의 덴마크에 있었다.

 

찾아간 이유가 뭐냐는 게 핵심인데, 연극 내용과 위키에서 읽은 걸 대충 종합해 볼 때

하이젠베르크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도덕적 갈등을 느끼고 상의하러 갔는데 보어가

강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 것 같다. 나치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연합군(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만들어 자신과 가족의 머리 위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아마 그가

원한 건 양쪽 모두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비현실적이지만.

 

보어가 강한 반응을 보인 건 나치가 핵무기 개발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미국쪽에서 개발을 준비

하고 있다는 것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적국이자 침략국이었다.

아끼는 제자가 거기서 핵개발에 열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이젠베르크가 개발에서 빠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내부에서

사보타지를 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면 보어에게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아니기 때문에 보어의 분노 앞에서 더 이상 말을 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보어 자신도 43년에 나치의 강화된 탄압을 피해 스웨덴으로 탈출한 후 미국의 핵개발

에 일정 부분 참여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방문 목적의 그 모호함은 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연상시킨다. 물론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http://www.mhj21.com/sub_read.html?uid=98290&section=sec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