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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idlemoon 2020. 12. 5. 22:09

The Atlantic 지난 11월호에 명문 대학에 자녀를 스포츠 특기생으로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의 노력을 다룬 특집 기사가 있었다. 제목은 "The Mad, Mad World of Niche Sports Among Ivy League–Obsessed Parents"이다. 그런데 이 글의 팩트 체크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취재원 중에 슬로운이란 이름의 여성(모친)이 있었는데 그녀에게 아들이 없는데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미 출판이 되었으므로 어쩔 수 없지만 온라인에 있던 글은 삭제되었다(pdf 파일을 내려받을 수는 있다). 내가 미국의 잡지들을 오랫동안 접해왔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

출판된 후 한 미디어 비평가가 그 아들 부분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래서 팩트 체크 부서가 슬로운에게 다시 확인하니 거짓인 걸 인정했다. "자신이 누군지 알기 어렵게 하기 위해" 아들이 있다고 했단다. 글의 저자는 Ruth S. Barrett라는 사람으로서 프리랜서였다. 그녀는 처음엔 자신도 속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연루"를 인정했다. Barrett는 예전에 한 잡지사에서 일하다 표절 및 부정확한 보도 문제로 해고된 적이 있다. The Atlantic은 그게 오래전 일이고 또 기회를 다시 주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하여 그 기사를 맡겼단다.

The Atlantic의 그 해명문을 읽고서 난 그 저자가 어떤 대단한 가짜 뉴스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슬로운의 아들이 언급된 건 단 한 번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 대한 어떤 수식이나 설명도 없었다. 그 존재하지 않는 아들이 혹독한 스포츠 훈련을 받고 있다는 식의 내용을 예상했는데 말이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아들'이라는 단어를 한 번 슬쩍 끼워넣은 수준이었다. 슬로운에게는 딸만 셋이 있는 것 같은데 큰딸은 스쿼시를 배우고 있고 아래 두 딸은 펜싱을 배우고 있다. '아들'에 대한 (가짜) 정보는 전혀 없다.

"자신이 누군지 알기 어렵게 하기 위해" 거짓말했다는 게 핑계라고 난 처음에 생각했다. 즉 글을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거짓 내용을 넣고선 변명한다고 봤다. 그러나 본문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들 때문에 글이 화려해진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딸만 셋인 가정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쉽게 드러날 거라고 걱정했을 것 같고, 동정도 간다. (누군지 드러나면 자녀의 진학에 좋을 건 없을 것이다.)

The Atlantic은 저자 Barrett이 잘못을 바로 인정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는지도 모른다. 해명문은 저자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데 글 전체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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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문제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이지만 출판 후 드러난 오류는 그것 외에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사설 링크(rink)에 대해 "올림픽 사이즈"라는 표현이 원래 있었는데 그게 과장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런 잘못들은 온라인 버전을 수정하는 선에서 끝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