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때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표가 당일투표에 비해 12% 가량 높게 나왔다. 그래서 일부 우파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는 모양인데,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그런 일이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그러나 그 데이터 자체만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임이 틀림없다. 불과 며칠 사이에 여야 득표율이 그렇게 달라지다니!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좌우의 극렬한 대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 대립이 동기였다면 우파도 똑같이 적극적으로 사전투표를 했을 것 같다. 사실 사전투표율이 매우 높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난 정권에 분노하는 우파가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선거에 내가 틀린 게 많다.) 사전과 당일 둘 다 휴일이었기 때문에 직장이나 업무 같은 요소도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그 정권을 심판(비판)하고자 하는 열정이 강하게 나타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좀 상상하기 어렵지 않나? 지지하는 쪽도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분노할 수 있겠지만, "잘못하고 있다!"는 상대편의 분노보다 그게 더 강한 건 드물지 않겠냐는 말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코로나 요인을 제외해도) 여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도 아주 좋은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여당 지지 세력의 집결은 매우 비정상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라는 분노보다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어쨌든 난 이번 사전투표 결과는 현재 대한민국이 매우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