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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idlemoon 2021. 9. 12. 15:19

인류는 왜 술을 마시게 되었나? 약 천만 년 전에 인류의 조상은 유전적 변이로 알코올 대사를 40배 촉진시키는 효소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기후변화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때에 그 선조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숲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약간 발효된 과일들을 섭취하여 칼로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이 맞다고 해도 현재의 인류가 술을 좋아하는 건 설명이 잘 안 된다. 천만 년이면 그 형질이 퇴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식량 위기 때 도움이 되었다고 해도 알코올은 몸에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위기가 지난 후에는 그 분해 효소가 도태되는 게 자연스럽다. 쉽게 말해,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지만 알코올이 좋은 음식은 아닌 것이다.

 

술이 인류의 생존에 계속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유력한 이론에 따르면, 술은 인간을 뭉치게 했다. 인류는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살게 되었다. 먹을 것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것을 택했지만 밀집도가 높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진 예로, 혈연이 없는 침팬지들을 좁은 장소에 가둬 놓으면 몇 시간 안에 피범벅이 된다. 술은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었다. (술만 그런 건 아니다. 춤, 노래, 섹스 등도 그런 역할을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두뇌가 발달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리가 좋아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인류가 문명을 이룬 것은 집단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술은 이런 것에 도움이 되었다. 사실 종교가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한 저자의 말처럼 인류는 "어떤 도움이든" 받아야 했다. 술은 또 약간 취하면 창의성이 높아진다고도 한다.

 

그러나 독주(liquor)가 등장하고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많은 사람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마시면 나쁜 기분이 조금 완화될 수는 있어도 '좋은' 기분이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우울해질 수도 있다...

 

근래에는 집이 아니라 바(bar)에서도 혼자 마시는 사람이 늘었다. "폰으로 게임을 하는 단골 고객들이 있어요... 갈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아요"라고 샌프란시스코의 한 바텐더는 말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건 거의 터부가 되어가고 있다고 많은 바텐더는 말한다. 그럼 그냥 집에서 마시지 왜 술집에 갈까. 한 바텐더는 그렇게 바에서 마시는 건 "실제 함께하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참조: Kate Julian, "Drinking Alone," The Atlantic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