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독립영화계의 터줏대감 N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를 가 보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여태까지 본 한국영화 중
("학생 영화" 중이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최고의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영화계를 5년은 먹여 살릴 것"이라는 말도 했다. 제목은 "껍데기"란다.
그 친구가 영화를 보고 그렇게 극찬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없고, 밤에 그런 일로 전화
한 적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영화제를 상상마당에서 하고 있음에도 오늘 보러갔다.
그러나 자리가 없었다. "입석"까지도 매진이란다.
내가 상상마당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교통이 불편하고 극장이 협소한 것도
있지만, '홍대앞'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에 대한 자격지심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곳이다. (자격지심? 웬 할아버지가?)
돌아오면서 유심히 봤는데 나이 좀 든 사람은 그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지금 젊죠?"
작년부터 유독 나이가 든 걸 느끼고 있다. 몸에도 하나둘씩 예전에 없던 현상이 생기고.
그러면서 욕심이 없어진다. 지난 주말에 텍스트큐브 업그레이드하고 서버 이전하면서
며칠 홈페이지가 다운되어 있을 때도 별로 안타깝지 않았다. 물론 복구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말이다. 3-4일마다 한 번씩 글 올리는 것도 요즘은 재미보다 의무감이 더 크다.
(우매한 대중을 계몽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욕심"의 끈을 놓지 않고 싶어서다.)
얘기가 영화로 시작해서 엉뚱하게 빠졌는데, 사실 계획대로 영화를 보면 그 감상문을
올릴 생각이었다. 난 시간이 안 되지만 내일(7일)도 하니까 혹시 가능한 사람은 가서
보는 걸 권하고 싶다. 그렇게 대단한 영화면 앞으로 다른 데서 볼 기회가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