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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verance

idlemoon 2012. 10. 31. 23:12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덕에 아주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했다. 위 사진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여기 나오는 두 악당을 영화사에서 손꼽을 만한 악역이라고 생각했었다. 다시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만. 존 보이트의 연기가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악당 한 명을 죽인 후 그 처리 문제를 두고 윤리적/법적 논쟁을 벌이는 걸 보며 "그냥 이동하지
이런 걸 왜 하냐?"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런 논쟁을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다. 내가 지난 10-20년 동안 (서사적으로) 성급해졌나. 영화를 보고 나서
내린 잠정적 결론은 "게임 때문이다"이다. 내가 게임을 하기 때문이란 뜻이 아니라(게임을 전혀
안 하지는 않지만) 요즘의 영화가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나 게임 같다는 말이다.

컴퓨터 게임에서 악당을 죽인 후에 도덕적/법적 갈등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물론 많은
게임이 전쟁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윤리적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전쟁이라 해도 윤리적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게임에도 윤리의 요소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착한 행동", "나쁜 행동" 같은 게 설정되어
있고 그것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은 거 말이다. 그러나 좀 더 본격적인 게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살인을 하고 도망을 다닌다든지, 법정에서 재판을 한다든지 하는 것. 지금보다
게임의 인공지능이 훨씬 더 발전해야 할 것 같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