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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theism

idlemoon 2007. 6. 13. 01:20

벌과 나비들을 유혹하는 야생 꽃들의 그 풍부한 색깔과 향기는 우리들도 매료시킨다,
그게 꽃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무슨 소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우리가 꽃을 먹는
것도 아니고 꽃가루를 전파하는 것도 아니다... 여자에게 선물하는 초코렛은 농축식량의
의미가 있다고 치자; 다이아몬드는 재력; 춤솜씨는 건강과 정력; 옷과 장신구는 어떤
활기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꽃? ...

가을의 잎들은 꽃처럼 실용적으로 무해무익하지도 않다. 떨어진 그것들은 밟으면 소리가
나 사냥에 방해가 되고, 혹독한 겨울을 알리는 전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우린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

나의 직감으론, 인간의 지능과 마찬가지로 그건 - 아름다움의 환희는 - 다른 생물들에게도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점차적으로 정제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감탄하는 현란한
깃털이나 모피를 가진 동물들이 서로를 보면서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에 매혹되지 않을까?
다시 말해, 단순히 육욕이나 경쟁심이 아니라, 에머슨이 말한 것처럼 "환희가 자연의 동인
(cause)이며 법칙"이 아니겠는가? "자연은 환희의 산물이다 (Nature is a work of ecstasy)"
라고 그는 말했다. 'ecstasy'를 강조한 건 에머슨 자신이다. 새소리, 두꺼비 소리 등이 인간
에게만 즐겁게 들린다는 건 내가 보기엔 터무니 없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거북이들이
서로의 모습을 즐기는 것 외에, 심청색 하늘에 감명 받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 Edward Hoagland, "Endgame: Meditations on a diminishing world", Harper's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