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말레이시아 비행기가 인도양에서 실종된 사건을 아마 대부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The Atlantic 지난 7월호 커버스토리가 이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읽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대개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종합적으로 사건을 정리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4년 3월 8일 12:42AM에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이 쿠알라룸프르 공항을 이륙했다. 목적지는 베이징이었고 승객 227명이 타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말레이시아의 관제를 벗어나 베트남의 관제로 들어가는 길목인 A지점(아래 그림)에서 방향을 급격히 틀었고 곧 관제소의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륙 후 39분이 지난 1시 21분이었다.
53세 기장 자하리 아흐마드 샤의 자살 비행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최종 추락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그는 부조종사를 포함한 다른 승무원과 승객들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부조종사는 27세의 젊은 사람으로, 이것이 마지막 훈련 비행이었다. 기장이 그를 어떤 핑계로 조종실 밖으로 내보내는 건 별것 아니었을 것이다. 선실의 사람들을 제압하는 쉬운,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방법은 기내 감압이었다. 감압을 하면 사람들은 수 분 안에 의식을 잃는다고 한다. 숨이 막히는 걸 느끼지도 않는단다.
기내의 압력이 떨어지면 산소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오는데, 이건 15분 정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조종실 안에는 몇 시간을 쓸 수 있는 산소마스크가 있다). 나로선 여기서 조금 의문이 생긴다. 15분이면 지인들에게 통화하거나 (마스크 때문에 말을 못한다면) 메시지를 남길 시간이 충분한데 왜 전혀 없었을까. 많은 사람이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 산소마스크 내려오는 게 일상적 상황은 아니다. 기장이 뭐라고 거짓 설명을 했는지 모르지만 (설명 안 하고 있으면 더욱 패닉일 것이다) 겁먹은 사람 중 한두 명은 가족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까.*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기장이 굉장히 과격한 방법으로 감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비행기의 문을 열든지 하여 (영화에서 보듯) 사람과 물건들이 막 빨려나가는 것이다. 태풍 같은 바람 속에서 마스크 하거나 휴대폰 쓰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급격한 감압 때는 18초만에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내 가설을 이야기하는 게 목적은 아니고, 저자가 자하리 기장의 마지막 시간을 묘사한 부분을 옮기고 싶었다. 위 그림의 A-B 구간은 수동 비행을 했고, 이후에는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대부분 자동 비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하리의 마지막 시간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자신의 고치(cocoon) 같은 공간에서, 익숙한 기기들의 불빛을 받으며 좌석 벨트를 하고 극도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다. 자신의 행동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서두를 일도 없다는 걸 안다. 그는 한참 전에 기내 압력을 다시 정상화 했을 것이고 온도도 적절하게 맞추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기계가 웅웅거리는 소리, 평판 디스플레이의 아름다운 추상 이미지들, 각종 스위치들의 신중히 고려된 백라이트. 부드럽게 '쉭' 하는 지나가는 공기 소리. 조종실은 가장 깊고, 가장 보호되고, 가장 사적인 종류의 집이다. 아침 7시경, 해가 동쪽 수평선에서 떠오른다. 몇 분 후 그 빛은 저 아래 대양을 비추기 시작한다. 어느 시점에 그는 다시 감압을 하여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을 수 있다. 이건 확실하지 않다... 일부 증거는 그가 마지막에 조종간을 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조종실에 CCTV가 있지만 아마 한 번은 밖으로 나와, 대롱거리는 산소마스크 아래에 잠자듯 죽어있는 사람들의 초현실적 광경을 구경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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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통화가 안 되는 지역이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