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삶의 직접적인 목적이 고통이 아니라면, 우리들의 존재는 그 목적(이 뭔지 모르지만)에
참으로 적응이 안 되어 있다. 세상 어디에나 가득 차 있고 삶의 필수적인 것들로부터 생겨나는
끝없는 고난이 단지 우연이며 아무런 목적이 없다고 상정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 물론 개개인의
불운은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불행은 (예외가 아니라)
법칙이다...
생식 행위가 욕구의 결과도 아니고 쾌락이 동반되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이성적인 고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인류가 아직까지 존재할 것 같은가? 우리는 후세를 너무나 측은히 여겨서
그들에게 존재의 짐을 씌우길 꺼려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그 일을 나서서 맡으려고 하지
않지 않을까?...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지침은, 이 세상을 속죄의 장소로, 일종의 유형지로 간주하는 것에 익숙
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 Arthur Schopenha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