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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seas Fever

idlemoon 2013. 7. 3. 02:18

근래에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전철에서 빈 자리에 얼른 앉는 것이다. 멀리 난 자리에 뛰어
가서 앉는다는 말이 아니라 나와 젊은 사람 중간 정도에서 자리가 비었을 때 그런다는 거다.
전철에서 애들이 꼴 보기 싫은 행동을 하는 것을 하도 많이 봐서 그렇게 된 것이다. 어른이 -
내 나이까지는 아니라 해도 - 서 있을 때는 굳이 그러지 않는다.

가끔은 자기 바로 앞에 자리가 났음에도 옆에 있는 내가 앉길 기다리는 착한 젊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그런 때는 나도 앉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전철 문이
열리자 마자 뛰듯이 가서 앉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비집고 들어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화가 난다기보다는 역겹다.

옛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1992년, 미국유학에서 돌아온 지 몇 개월 안 된 때였다. 시내
대로변을 걷다가 샛길(대로로 나오는 샛길) 하나를 지나게 되었는데 승용차 한 대가 오고
있었다. 거리도 좀 되었고 속도도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 앞을 지나 샛길을 건넜다.
그래도 그 운전자는 아마 브레이크를 살짝 밟거나 적어도 액셀에서 발을 떼기는 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을 것이지만, 그땐 미국에서의 버릇대로 행동한
것이다. 어쨌든 별 생각 없이 계속 걷다가 다음 샛길을 만나 건너려는데 갑자기 차가 하나
달려나와 날 치려는 듯이 앞을 지나갔다. 깜짝 놀라 보니 아까 그 차였다! 내가 앞을 지나간
게 불쾌했던 그 운전자는 대로를 나와 한 바퀴 돌아서 다음 샛길에서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일 것이다.

타륜의 반동과 바람의 노래와 돛의 펄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