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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tructuralism

idlemoon 2011. 6. 15. 02:38



'포스트머시기'에 대해 공부 좀 해 볼까 했지만 도저히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에 J. Culler의 유명한 책 하나를 읽었는데 짜증이 나서 중간에 던져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모순 투성이의 말들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나.

그래도 이 책은 훨씬 낫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많이 노렸했고, 각 학자의 이론을
짧게 소개하기 때문에 참을 만하다. 입문서로서 추천할 수 있겠다. Althusser부터
Zizek까지 한 방에 끝낼 수 있다. 100쪽밖에 안되고, 그림도 심심찮게 있다.

구체적인 문화 현상이나 작품을 분석할 때는 가끔 들을 만한 얘기들도 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이론'들을 읽을 때면 소위 liar paradox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Every man is a liar."(시편 116) 이 말을 한 다윗은 거짓말쟁이인가 아닌가.

어떤 '진리'든 언어를 통해 표현할 수밖에 없고, 언어는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므로
모든 '진리'는 역사/문화의 산물이다, 즉 상대적이다. 이러한 주장 자체는 역사의
산물인가 아닌가.

그런 주장이 무조건 잘못이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게 해석해 준다고
해도 그건 "세상에 100% 확실한 건 없다"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그런 말은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100% 확실한 건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이 똑같이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앎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아마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앎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밖에 없다. 100% 앎이 없다면 비교적 확실한 것과 비교적
덜 확실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는 깨달음(?)에 집착하고 그
주변에서 말장난하는 건 학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