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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ional action

idlemoon 2017. 6. 17. 13:26

Foreign Affairs 사이트에 "Atoms for Pyongyang"이라는 글이 "가장 많이 읽은 글"로 올라와 있다.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면 보통 다른 글이 랭킹에 올라오는데 이건 상당히 오래 간다. 내용은 대략 북한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인데, 두어 군데 거부감이 드는 게 있었다.

 

"김정은은 바라는 게 두 가지라고 항상 말해왔다... 하나는 북한이 다시 침략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고 또 하나는 경제발전을 위한 전력이다." (그래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고, 전력 공급을 도와주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멈출거라는 의미다.)

 

다시 침략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던 것 아니었나? 마치 살인죄를 지은 사람이 "다시 감옥에 넣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달라"는 것 같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안전을 보장해주면 '아님 말고' 식 전쟁이 항상 일어날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면에서 북한의 현 체제를 보장해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표현이 잘못되었다. "다시"를 빼고 그냥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다시"가 들어가면 마치 북한이 대단한 도덕적 우위를 점한 것 같다.

 

"9/11 테러 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소위 '악의 축'에 포함시켰다. 2년 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북한 지도자들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고 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개발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는 '이성적인' 결론을 내렸다. 3년 후인 2006년 그들은 첫 핵실험을 했다."

 

핵무기를 개발하면 아마 체제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재를 포기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하면 역시 안전해질 것이다(미국의 침공을 받지 않을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이성적인가? 물론 김정은 입장에서 후자는 자살행위일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존속이 이성적/합리적의 기준이라면 장성택을 죽인 것도, 천안함을 폭격한 것도 다 이성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