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ty percent of everything is crap(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다)"라는 "법칙".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은 미국의 SF 작가였는데 평론가들이 SF소설을 워낙 무시하니까 "다른 분야에서도 90%는 쓰레기다. SF소설도 다를 거 없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스터전 자신은 이것을 "스터전의 깨달음(revelation)"이라고 불렀으나 나중에 "스터전의 법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2013년에 미국의 철학자 다니엘 데닛(Daniel Dennett)이 이 법칙을 리바이벌했다. 그는 '비판적 사고의 7가지 도구'의 하나로 이 법칙을 제시했다.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다. 물리학이든, 화학이든, 진화심리학이든, 사회학이든, 의학이든 - 무엇이든 - 록 음악이든 컨트리 웨스턴이든 90%는 쓰레기다."
-- 위키 참조.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에 올라 있다는 게 조금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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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관련 검색을 하다가 한겨레 사이트에서 The Death of Expertise(Tom Nichols, 2017)를 번역한 <전문가와 강적들>의 리뷰를 보게 되었다. 글의 제목은 "어리석은 사람은 왜 자신이 어리석지 않다고 확신할까"이다.
읽으면서 "어, 진보언론인데 이런 글을?"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 좌파들에 그대로 해당되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글 끝에 가서 우리나라의 우파에 대한 비판을 할 때 비로소 "아, 그런 거였군" 했다. 기자는 그 책의 주장이 자신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그 책은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파 자체가 공격 대상이라기보다는 책 제목이 말하듯 "전문가의 죽음"을 한탄한 것이다. 트럼프의 부상은 그 전문가의 죽음을 대변하는 것일 뿐이다. 우파 포퓰리즘만큼 좌파 포퓰리즘도 가능하다.
톰 니콜스가 한국의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같은 책을 썼을까? 둘 중 하나다. 한국에는 포퓰리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책을 쓰지 않거나, 쓴다면 그 타깃은 좌파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좌파가 포퓰러(popular)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파가 대통령이지만 한국은 좌파가 대통령이다. 소수인 우파에 대해 포퓰리즘 비판을 하는 건 맞지 않다.
기자는 "한국 사회에도 이미 믿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증거만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확증편향’의 폐해가 만연해 있다"고 썼다.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건 우파인가, 좌파인가?
“검색 엔진과 함께 아침나절을 보냈다는 이유로 10년은 걸려야 쌓을 수 있을 만한 지식을 습득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계몽시킬 방법은 별로 없다”라는 니콜스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건 젊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더 해당되는 걸까, 늙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에게 더 해당되는 걸까?
번역 제목 "전문가와 강적들"도 왜곡을 내포하고 있다. 니콜스는 일반인들이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한다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이 '강적'이라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강적에 해당하는 영어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지한 일반인들도 집단이 되면 어떤 의미에서 강적이 될 수 있겠지만 "강적들"이라고 복수로 표현했기 때문에 여기서 '강적'은 개인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강적들"이라는 문구는 TV조선의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우파이기는 하지만 '전문가'와 대립되는 것인가? 좌파만 전문가인가? 그 정도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적어도 그 기이한 한글제목을 갖다 붙인 사람이나 그 리뷰를 쓴 한겨레 기자가 전문가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