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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ond Coming

idlemoon 2017. 6. 24. 01:10

         ... somewhere in sands of the desert 

                                사막 어딘가에서
A shape with lion body and the head of a man,

사자의 몸과 인간의 머리를 가진 한 형체가,
A gaze blank and pitiless as the sun,               

태양처럼 무표정하고 가차없는 한 시선이,
Is moving its slow thighs, while all about it        

천천히 그 무릎을 움직인다, 그리고 온통 그 주위엔
Reel shadows of the indignant desert birds.      

분개한 사막 새들의 그림자가 요동한다.

 

-- William Butler Yeats, "The Second Coming" 중에서.

 

아주 오래 전에 - 제로보드 쓰던 시절에 - 포스팅했던 것인데, 어쩌다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다른 번역을 보면 'a gaze' 부분을 '응시하며'라고 했는데 자연스러운 번역이라고 본다. 그러나 영어 문장 자체만 보면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지 애매하다. 내가 했던 번역을 옹호하자면 시선(gaze)이 문자 그대로 무릎/허벅지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시선'을 그 '형체'의 내면 세계 즉 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형체가 그의 무릎을 움직인다"는 외적으로 관찰된 것이고, "시선이 그의 무릎을 움직인다"는 그 스핑크스의 마음/정신이 무릎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한 해설에 따르면 'pitiless'가 잔인하다거나 특별히 악의를 가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냥 무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차없는'도 - 내가 번역한 거지만 - 그렇게 해석해야겠다. 산사태나 쓰나미가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가차없듯이 말이다.

 

또 그 해설에서는 새들이 분개한 이유가 확실하지 않단다. 내 나름 해석해보자면 그 형체(스핑크스)가 영원히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움직이니까 그렇게 반응한 것 아닐까. 즉 '재림'이 성경에서 예고한 그런 게 아니라, '혼돈'과 '무감정'과 '무의미'가 세상을 (다시) 지배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