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하타 야스오의 1981년 영화다. 구하기 힘든 영화라 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 군데 대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장면에 눈 내리는 역에서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떠나 보내는데, 아내와 동행하는 남자(장인?)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괄호 안은 한글 자막.
What could have been done? (다시 시작해주게)
10 minutes of hesitation. (그 애 마음 고생이 컸어)
That was the only mistake. (단 한번의 실수 아닌가?)
You should get it out of your head. (잊어주게)
처음에는 한글자막으로만 봤는데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누구/무엇 때문에 헤어지는 건가? '네이버 영화'는 "가정에 소홀한 탓에 아내와 이혼하고 사랑하는 아들과도 헤어진다"로 소개하고 있지만 모호하다. 그래서 영어자막을 어렵사리 구했는데 보니 황당했다. "10분간의 망설임"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터무니없는 오역인가? 그런데 인터넷에서 시놉시스를 찾아보다 깨달음이 왔다. 아내가 어떤 남자의 어떤 유혹에 "10분" 동안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10분은 아닐 수 있다). 그 정도 일로 아내와 아들을 버리다니, 좀 심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그 첫 장면이 1968년인데, 그 당시에는 크게 이상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 첫 장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다.
나는 설국 홋카이도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다. 거기 살라고 하면 사양하겠지만 말이다. "기차가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바닥이 하얬다." (소설 『설국』의 첫 부분, 이 소설의 배경이 홋카이도는 아니다.)